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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가족이라는 초상.

부산, 시립박물관에서, 한컷.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 공광규 시 ‘얼굴반찬’



* 첫째가 작장의 위치에 따라서 출퇴근의 사간을 아끼고자 안국동의 근처로 독립을 해 나가고, 둘째도 언니와 비슷한 논리로 독립해 나가더니, 몇 해 지나서 언니보다 먼저 결혼을 해서 마포에 Apt를 구해서 신랑과 분가를 했다. 아이들이 떠나간 집에는 빈방이 남았고 청소는 결국에는 내 몫이라 이것저것 책들을 버리고 정리를 하다 보니 내가 버리지 못할 것들이 존재한다. 아이들이 집에 오면, 전화가 오면 물어서 정리해야지~ 하고 생각하다가 얼굴을 보면 반가움에 정작 물어 보디도 못한다.

마눌님이 학교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둘이서 생활을 하다 보니 생활이 쓸쓸하다. 아이들도 생활에 바쁘고, 할아버지, 할머니 제삿날에나 핑계 삼아 자주 모였는데 이것도 간소화하니 일 년에 두 번 얼굴을 보면 잘 보았다 한다. 자식들이야 키우면서 알게 모르게 힘이 되어준 존재이니, 스스로 잘 살 수 있기를 항상 기원한다. 이제는 장인, 장모에게 힘이 돼 주어야 하는데, 내가 몸이 아프니 마음 같지가 않아 죄송하다.

최근, 가족 들에게 “사랑합니다, 사랑한다” 말하기를 살천하고 있는데,, 전화로, 문자로, 정말 어렵고 눈물이 난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나 보다. 올해가 다 가기 전에 가족 모두에게 실천할 수 있을까?! 시작이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