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구름다리를 오를 때마다
바하의 샤콘느를 듣는다 한 발,
내딛을 때마다 구름다리의 몸을 긋고 가는
현의 무게로 휘청거린다
바람의 활이 휘청거리는 구름다리를
위에서 아래로 굵게 훓고 지나간다
줄이 끝에서 보이지 않게 떨리는 生
닿아야 할 정상은 비구름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두칸씩 건너 뛰어 본다 위험하다
무반주로 두 개의 현을 동시에 켜는 일은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오히려,
소음이 되어 버릴지도 모르는 두려움
소음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무게중심을 잡지 못해 구름다리가 삐꺽거렸다
지금처럼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인 날
가끔 외길이란 것을 잊고 발을 마구 헛딛을 때
구름다리는 세차게 몸을 흔든다
구름다리 주변의 비구름 안개가 같이 뒤엉켰다
발판이 떨어져나가고 줄이 투두둑 끊기는 소리를 냈다
뒤집힐지도 모르는 아득한 절망
그럴 때 바하의 샤콘느를 듣는다 그러면
비뚤어지거나 부서진 발판들이 오선에
음표를 채우듯 반듯하게 놓여지곤 했다
길고 짧은 음표들이 부서진 발판 위를 못처럼 박힌다
잠깐씩 온쉼표나 이분쉼표가 구름다리의 줄을 이어놓고
숨을 돌리기도 한다 나도 잠깐 숨을 돌린다
스스로 외줄, 길이 되어야 하는 세상의 구름다리 위를
무반주 샤콘느의 팽팽한 음으로 단정하게 걷는다
휘청거리지 않는다
- 유수연 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모두
( 바하의 샤콘느를 들으며 )
지독한 목감기에 걸렸다. 어제와 오늘, 약을 먹고 혼미한 정신에 이것저것 일을 끝마친다. "나이들면 장담은 하지마라" 하는 소리가 있지만,, 장인어른이 심근경색으로 인한 병으로 치료차 세번째 입원을 하셨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병문안만 갔다가 이번에는 시간을 내어 며칠 입원이며 시술 후에는 응급실, 회복실로 퇴원까지 같이 해 드렸다. 장소는 내가 입원하고 수술받았던 '여의도 성모병원' 조기축구도 오래동안 하시고 몇해전에는 헬스클럽에서 '몸짱'소리도 들으셨는데,, 심장수술로 1, 2차를 겪으시고 "맘이 예전과 같지않고, 몸도 따라주지 않는다" 하시는 장인어른의 말씀을 익히 너무나 잘 알기에 마음이 아팠다. 몸이 아프면 찾는곳이 병원이지만,, 가벼운 병이 아닌 '수술'로 이어지면 그때부터는 '내몸이 내 몸이 아닌' 상태가 된다. 수없이 많은 검사와 처치로 피로와 스트레스,, 무엇보다 '중환자실'에 들어갈 때마다 느끼는 '죽음'에 대한 직시... 이런것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3박 4일의 입원동안 식사와 면회 시간마다 찾아뵈며 식사도 도와 드리고,, 시술은 기존의 스텐 3개 부위중 혈관이 좁아진 1곳에 '신형고무풍선'을 삽입하여 확장하는 것으로 끝이났다. 집에 모셔다 드리고 나오면서,, 세월의 무게는 어찌할수 없는 현실감으로 무겁게 가슴에 와 닿는다.
어느덧 10월의 중순, 가을이 오는듯 싶더니 겨울이 가까워지고 있다. 마눌님을 따라서 백화점에 옷을사러 들어가보니 디스플레이가 '겨울옷일색' 이다. 2010년은 봄과 가을은 느끼지도 못하고 떠나 보내는듯 하여 섭섭하다. 분주하고 시간이 없는 가운데도 많은 일들을 부딪치며 헤쳐나온듯 싶다. 이제는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감정의 선'을 느슨하게 풀어야 하는데,, 팽팽하게 당겨진 감정의 선은 그저 "시간이 없다, 결제가 다가온다" 하고 몰아 가기만 하니,, 사람이 매말라 간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자들의 쇼핑에 따라나서면 '각오'를 해야 하는데,, 매장마다 옷을 입어보고 수십개의 매장을 섭렵하고는 한, 두벌의 옷을 산다. 그래도 세월이 약이라 말없이 따라다니며 옷맵시를 보아주고 ok. 와 no를 외치니 내 티셔츠와 속옷도 사준다. 아이들은 제법 컸다고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개를 젓고,,, 백화점에 올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재래시장과 백화점 판매방식은 날이 갈수록 그 폭을 넓히고만 있으니,,,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오늘도 감기약을 먹어야 하나?!.... 기침이 멈추지를 않는다. 예전의 좋지않은 경험으로 감기초기에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약을 복용하고 뜨겁게 용봉차를 우려내어 천천히 마신다. 며칠전에는 중환자실의 면회와 식사로 '대기상태'에서 수시로 병원을 왕래하느라 피곤하여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3번인가 빼 먹었더니 그날 감기가 걸린듯 하다, 밤새 기침하며 꼬박 밤을 새웠으니,,, 그래도 오늘은 조금 괜찮은듯 싶네. 작은딸은 시험에 이어 체육대회로 바쁘고, 입시생인 큰딸은 끝없이 이어지는 시험으로 눈돌릴 새도 없고, 이 와중에 철없는 마눌님만 옷타령에 이제는 가을이라고 '단풍구경'이 하고 싶단다. 하기야 자신도 고3 뒷바라지에 학교일까지 야근에 연장이니,,, 스트레스가 많기는 하겠지. 10월이 가기전에 '인천대공원'의 단풍이라도 보러가야 할 텐데,,, 대공원의 은행나무도 아름답던데,,,, 휴대폰 외장메모리에 300여곡의 노래를 받아 놓았는데 가끔,, 듣다가 웃곤한다. 그중 150여곡이 작은딸의 선곡이기 때문인데,, 덕분에 지하철에서 듣다가 옆자리 아가씨한테 의외라는 눈빛을 받기는 한다.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최신 샤이니의 댄스곡이니,, 웃기기야 할테지.
이제는 하나, 둘씩 정리를 해야 하는 계절이다. 돌아보면 '최선'을 다 한다고 살아왔는데,,, 역시 후회만 남는다. 큰아이의 입시가 얼마남지 않았다. 덩달아 바쁘게 살아온 1년 이였는데 좋은결과 가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모든 삶이 allegro로 이어지는 것 같다. 마음은 수시로 andante를 외친다. 조급해지기 쉬운 계절,, 오늘은 무반주첼로를 들으며 'Andante, Andante'를 외쳐볼까?! 오늘은 향이 진한 모카커피를 뜨겁게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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