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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깐데

*Untac 시대 - ‘생활’의 실패.

내 ‘주위’가 조용해 진다.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누구를 지배하지도 않는다
꿈결 같은 생활이 여기에 있다

강자한테 덤비고
약자한테 함부로 하지 않는다
꿈속 같은 생활이 여기에 있다

누구를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
꿈의 생활이 여기에 있다

이런 생활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고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오늘도 죽어가고 있다는 불변 앞에서 피는 돈다
소박한 생활 앞에서 내 피는 열렬하고
우상은 멀어지고 우애도 빛을 잃고
거창한 꿈 없이 나는 내 발 위에 서 있다
발 위를 가며 평범한 생활을 생활한다
(오죽했으면 그 사람은 평범이 그립다고 했을까)

사람들 만나 떠들고 술 마시는 게 점점 귀찮아진다
내가 하는 말이 귀찮아지듯이 그들이 하는 말이 귀찮아진다
내 부모형제가 귀찮아진다
같이 밥 먹는 게 귀찮아진다
그들이 나의 말, 나의 생활을 재미없어 하듯이
나는 그들의 말, 생활이 재미없다
재미없는 정도가 아니고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의 언어관과 정치관이 적개심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 모이는 데 가는 게 점점 귀찮아진다
영화관까지 가는 게 귀찮고
강연장까지 가는 게 귀찮고
맛집까지 가는 게 귀찮고
비행기 타고 가는 게 귀찮고
예식장 가는 건 아주 귀찮고
상갓집 가는 건 그나마 낫고
괴력난신 같은 건 내다버린 지 옛날이고
음악도 밀쳐 두고 백지 앞에서
노래 부르지 않는 노래를 하면서 지낸다
혼자서 혼자를 즐거워하며 지낸다

믿음은 하루아침 같고
우정은 하루저녁 같고

그런가 하면
어떤 날은 이승을 등에 업고 저승을 배에 안고
아주 딴사람이 된다
그 사람이 되어 본다
(일상이 그립다고 한 사람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 박 용하 시 ‘생활의 실패’모두
* 월간 현대시, 2021년 4월호



- *‘비 대면’의 세상을 살다보니,, 가끔은 아주 ‘무심’해진 나를 발견하곤 새삼 놀라곤 한다. 자식들의 결혼식도 , 부모님이나 친한 사람들의 갑작스런 부조나 병으로 갑자기 입원소식이 들려도 서로가 만나기가 어려움을 ‘이해’하니,, 거의 모든일을 아체를 통하여 송금 하거나 ‘화환’을 보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거나,, 전화를 통하여 소식을 묻고 마음을 전한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살다보니,, ‘일상’이 무너져 간다. 말이 많은 사람도 아니지만 사람간의 대화도 더 짧아지고 침묵, 대신 메신저를 통하여 대화 하거나 문자로 소통하니 손가락이 일상을 대신한다. 이런게 평범한 일상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식당을 가도 무인 자판기에서 자판을 눌러 주문을 하고, 주유소도 셀프가 늘어나고, 무인 양판점에, 무인 편의점… 사람이 점점 사라져 감의 속도가 더 빨라져 간다.



과거의 일상이 하루 아침이고 하루 저녘이니,, 그저 망각하며 잊고 살아야 할까?!….




*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반대를 뜻하는 'Un-'을 붙인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긴 신조어 중 하나다. '비접촉'이라는 의미이다. 사람의 안내를 받는 것에 익숙하던 일상의 습관들로부터 비대면 환경으로 빠르게 바뀌는 시점에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