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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깐데

*아제아제바라아제바라승아제모지사바하. (揭諦揭諦波羅揭諦波羅僧揭諦菩提娑婆訶)

마음을 밝힐 등 하나 켜 올린다.




공항에 가서 보면
인생 참 간단한 거야
Departure
Arrival
그렇게 어느 한 문을 골라
총총 문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각기 문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떠나는 것에는 홀림이 있고
도착하는 것에는 설렘이 있지
소리 없이 외치는 공기의 환호성
중력을 끊고 위로 이륙하는 사람과
중력을 잡고 아래로 착륙하는 사람들
온갖 일을 다 겪으며
우왕좌왕 살다가
Departure
Arrival
어느 한 문으로 총총
죽음이 두려운 것은 천국은 미리 비자를 주지 않고
가서 도착 비자를 받아야 한단다
아직 죽지 않았으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가서 도착 비자를 못 받으면
영영 환승 통로에서 빙빙 돌아야 한단다
긴 시간을 무궁의 미로 속에 처형받아야 한단다


- 김 승희 시 ‘공항에 가서 보면’ 모두
[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 창비, 2021.

108 배를 마음모아 드린다.


- ‘어른들’의 기원은 어찌 보면,, ‘장엄’하기까지 하다.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온몸을 바닥에 낮추어 이마를 바닥에 대고 두 손을 올린다. 젊은 청년들도 힘들어하는 108배를 어르신들은 숨 하나 흩뜨리지 않고 정성을 들인다. 세상의 모든 ‘기원’에는 이런 어르신들의 정성이 모여서 하나의 형상으로 맺어지는 것 이리라.

친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맞는 오월은 쓸쓸하다. 처갓집의 부모님이라도 건강하시니 다행인데,, 이제 팔순을 넘기시니 건강이 항상 염려스럽다. 올해도 매년 초파일이면 찾으시는 사찰로 가셨다. 그제는 장모님이 갑자기 병환으로 여의도성모 병원 응급실로 가셨는데,, 다행히 염려했던 병이 아니라 몇 가지 검사만 하고 집에 돌아오셨다. 병원에서도 초파일에 절에 가지 못할까 염려하셨다.

항상…, 자식들을 위하여 일 년을 기원하는 등을 밝히고 온몸이 젖도록 108 배를 기원하시는 정성이 모든 자식들을 돌보는 것이리라. 나 또한 두 손을 모으고 합장하니,, 부디 건강하시기 만을 소원하고 기원한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 승아 제모 지사 바흐. (揭諦揭諦波羅揭諦波羅僧揭諦菩提娑婆訶)”…. 반야심경의 마지막 구절을 수없이 되뇐다.


건강하시기 만을…….




* 《반야심경》의 마지막 주문 구절.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 승아 제모 지사 바흐(揭諦揭諦波羅揭諦波羅僧揭諦菩提娑婆訶)’. 이것은 싼스끄리뜨인 ‘라테 가떼 바라가 떼 바라 상가 떼 보디 스바하(gate gate pāragate pārasaṃgate bodhi svāhā)’를 한역한 음 그대로 읽고 번역하지는 않는다. 굳이 번역한다면 흔히 ‘가자, 가자, 저 피안의 세계로 가자. 모두 함께 저 피안의 세계로 가자. 오, 깨달음이여, 축복이어라’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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