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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희미해져 간다....!




엄마는 다시 빳빳하게 풀을 먹였다
몸에서 오 센티쯤 뜬 이불 속에는
손톱으로 양철 긁는 소리가 났다

가난에도 각을 세워라
엄마의 지론이었다

양잿물에 광목 자루 팍팍 삶으면서
무릎 기운 바지를 입었으나 고개 꼿꼿이 세우고 다녀라

빨갛게 파랗게 광목 물들이면서
아무리 추워도 주머니에 손 넣고 걷지 마라

종잇장처럼 구겨진 오기 서릿발을 세웠다
수제비로 너를 키웠으나
가난한 바탕은 드러내지 마라

이를 밑은 얼음장이었다
빳빳한 광목 호청에 목이 쓸려
칼잠을 잤다, 꿈도 가위에 눌렸다
끌어안을 것이라곤 나밖에 없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 고 명자 시 ‘양철이불’ 모두




* ‘가난’이란 단어는 낯설지 않은 단어이다. 신문배달 하던 중, 고등학교 시절이나,, 시간이 허락 하는 한 늘려가던 과외 아르바이트, 작은 자취방에 벽에 커튼을 쳐 놓고 천원짜리로 3만원을 붙여 놓고 한장씩 떼어 내 아끼며 하루를 때웠던 천원 한장. 그때는 왜 이리 가난한 놈들이 많았던지,,, 농촌장학금(?)이 오지 않았다고 담배도 끊어야 겠다며 꽁초를 주워 한모금씩 나눠 피던 친구 녀석들의 처연한 표정, 과외금지에, 휴교령, 끝임없이 이어지던 시위.... 논 팔고, 밭 팔고,, 소 까지 팔아 보내주던 농촌장학금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휴학 하던 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군대에 끌려 갔던 놈, 모두 가난 했지만 스스로에게 자존심과 삶에 대한 오기가 존재 했다.

60 에 가까워 만나는 친구들은,,, 수 없이 존재하는 빈 세월을 앞에 두고도 정겹다. 크게 성공한 놈도, 그냥 그렇게 사는 놈도,,, 모두가 반갑다. 지금 넉넉하고 풍요롭지도 않지만 삶에 후회는 없다. 삶에는 스스로의 만족이 중요함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많지도 않은 나이인데,, 가끔씩 친구들의 부음이 전해 진다. 항상,, 배고프고, 가진게 없어도 삶과 내일에 진지했던, 사라진 벗 들의 얼굴들이 그립다. 산다는게,,, 그리운 것들이 많아지고,



하나씩, 하나씩... 눈앞에서,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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