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 삼치구이 골목에 비가 내린다
말라가던 사람들이 지느러미를 움직거리며 모여든다
둥근 의자에 앉을 쯤이면 비린내를 풍긴다
젖은 얼굴들이 안주 삼아 비늘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조상인 물고기에 대하여 지느러미에 대하여
하루 공친 일당에 대하여
아가미를 들썩이며
50년 전통이라는 삼치구이집에 와서
삼치는 비로소 구이가 되었다
아직 어디 닿지도 못하고 구워지지도 못한 자들이
비가 오면 물결이 그리워 여기 모인다
서로를 발견한 지느러미들은 물결을 만들고
생이 젖은 사람들
비 내리는 골목 안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그저 한 마리 물고기일 뿐이라고
눈을 껌뻑인다 방향도 없다
꼬리지느러미를 흔드는 지친 것들이 캄캄하게 온다
비에 젖은 막노동자였다가
막걸리였다가
물결이 되는 것들이
비 오는 날 삼치구이 골목에 들어서면
한 마리 물고기가 된다
아가미가 생기고 지느러미가 생기고
우리는 자신의 태생 안으로 헤엄쳐 간다
- 정진혁 시 ‘동인천 삼치구이 골목에서’모두
(사랑이고 이름이고 저녁인, 파란, 2020)
* 인천에 살면서도 바다가 보기가 힘들다. 시간을 내기가 힘이 든 것이다. 무엇이 그리도 바쁜 것인지 동인천항도, 그리도 소문에 오르내리는 ‘차이나 타운’도 몇번 가보지 못했다. ‘안다고’ 하는 지식이 얼마나 얇은 것인지 ‘세수대야 냉면’도 ‘밴댕이 회’도 ‘삼치구이 골목’도 동인천역 근처에 산재해 있음을 몰랐었다. 걷기 동우회를 통하여 부분적으로 ‘유명’하다는 맛집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에도 가까운 식당을 선호하여 하나, 둘씩 찾아가 맛을 들이다 보니,, 모르는 동네에 가면 ‘근처 맛집’을 찾는다.
하기야 앱에서 전해주는 ‘맛집’의 기준이 모호한데,, 찾는것도 귀찮을 때는 동네의 주민에게 물어물어 ‘맛있는 식당’을 찾아 간다. 혈액투석을 해야하는 나로서는 끼니로 찾아먹는 ‘아점’과 ‘저녁 한끼’는 체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반찬이 골고루 나오는 백반집을 선호 하지만,, 반찬을 제대로 내놓는 백반집이 별로 없다. 날씨가 더우니 입맛이 더욱 떨어져 제대로 끼니를 찾아 먹기가 힘들어, 때로 셀러드나 샌드위치, 아이 같이 분식점에 들러 ‘즉석떡볶이’나 ‘쫄면’이나 ‘비빔국수’를 먹기도 한다. 중구 직장 근처에 ‘유명한 맛집’이 많으나 시간차를 두지 않으면 물리는 인파에 ‘대기’를 한참 걸치거나 사람이 많은 관계로 ‘불친절’을 감수해야 한다.
혈액투석을 해야하는 ‘화, 목, 토’에는 요즘 병원에서 아침을 제공하지 않기에 투석병원 근처에 ‘소머리국밥’ 집이나 ‘육계장집’이 단골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북적이는 식당은 피하게 되는데,, 투석일에는 오전 10시 경이면 마칠 수 있어서 ‘한가롭게’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할까..... 원래 비린것을 잘 먹지를 못하지만, 식성도 변하여 길을 가다가 어디선가 생선을 굽는 냄새가 나면 나도 모르게 그리로 발길이 향 한다. 오래간만에 식용이 동하여 정식으로 ‘한상가득’ 펼쳐 놓아도 ‘체중관리(건 체중)’라는 단어가 발목을 잡아 이것 저것,, 생선별로 맛만보고 제대로 먹지 못하니,, 아쉬움만 남는다.
다시,, 이식을 받을 수 있을까?!..... 요즘같이 몸이 처지고 식욕이 없는 시기에 투석침대에 누워 ‘맛집프로’를 보며 입맛을 복돋우지만, 막상 투석을 마치고 나면 식욕은 사라지고,, 물에 밥을 말아 열무김치나 한술 할까,, 아아, 살아생전 국수를 쓱쓱 비벼 주시던 어머니의 비빔국수가 먹고 싶다. 이제는 ‘그 맛’을 다시는 느낄 수 없다. 다 먹고 살자고 생활하는 것인데,, 화요일 아침에 투석을 마치면,, 간만에, 유명한 ‘화평동 세수대야 냉면’으로 입맛을 살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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