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손으로 풀죽인 김밥을
입에 쑤셔넣고 있는 동안에도
기차는 여름 들판을 내눈에 밀어넣었다
연두빛 벼들이 눈동자를 찔렀다
들판은 왜 저리도 푸른가
아니다, 푸르다는 말은 적당치 않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연두는 내게 좀 다른 동족으로 여겨진다
거기엔 아직 고개 숙이지 않은
출렁거림, 또는 수런거림 같은 게 남아 있다
저 순연한 벼 포기들
그런데 내 안은 왜 이리 어두운가
나를 빛바래게 하려고 쏟아지는 저 햇빛도
결국 어두워지면 빛바랠 거라고 중얼거리며
김밥을 네개째 삼키는 순간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이 마치
감정이 몸에 돌기 위한 최소조건이라도 되는 듯,
눈에 즙처럼 괴는 연두
그래, 저 빛에 나도 두고 온 게 있지
기차는 여름 들판 사이로 오후를 달린다.
- 나희덕 시 '연두에 울다' 모두
- 4월의 봄 햇살은 너무 따갑지도, 뜨겁지도 않아 해바라기를 하며,, 길을 걷습니다. 길을 걷다가 보니 어느새 주위의 나무들이 물을 잔뜩 머금어서 메마른것 같아 앙상했던 가지에 초록색으로 연하게 새 옷을 입어, 그 싹을 수줍게 내어 놓았습니다. 그 색이 너무 예쁘고 여린듯 고와서,, 그 초록에, 그 초록보다는 연한 연두색에 가슴이 셀레었습니다. 아파트의 공원에 심어놓은 산수유 나무에서도 초록색으로, 아니 옅은 연두빛으로 산수유 꽃을 피워내기 시작 했습니다. 크게 한바퀴 돌아 아파트의 모퉁이에 있는 두그루의 목련나무에서 목련이 몽우리를 틀은 것을 보았습니다. 한 나무는 제법 꽃 몽우리가 활짝 피었습니다. 핸드폰으로 그 모양을 찍다가,, 슬며시 웃음이 나와 아래입술을 가만히 깨물어 웃음을 물었습니다. 바야흐로 봄 입니다. 여기저기에서 산수유에 매화에 벚꽃 소식까지... 마음을 '환장하게' 하여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이 봄을 맞이해야 합니다. 봄과 초여름에 피워내는 초록과 연두에 연상 "곱다, 아름답다!"를 연발하는 친구와 통화를 하며,, 올해의 연두빛에는 울지 말기를 기원 했습니다. 너무 닮은게 많아 가슴 아린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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