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그친다
仁川집 흐린 유리창에 불이 꺼지고
낮은 지붕들 사이에 끼인
하늘은 딱딱한 널판지처럼 떠 있다
가늠할 수 없는 넓이로 바람은
손쉽게 더러운 담벼락을 포장하고
싸락눈들은 비명을 지르며 튀어오른다
흠집투성이 흑백의 字幕 속을
한 사내가 천천히 걷고 있다
무슨 農具처럼 굽은 손가락들, 어디선가 빠뜨려버린
몇 명의 취기를 기억해내며 사내는
문닫힌 商會 앞에서 마지막 담배와 헤어진다
빈 골목은 펼쳐진 담요처럼 쓸쓸한데
싸락눈 낮은 촉광 위로 길게 흔들리는
기침 소리 몇, 검게 얼어붙은 간판 밑을 지나
휘적휘적 사내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밤, 빛과 어둠을 분간할 수 없는
꽝꽝 빛나는, 이 무서운 白夜
밟을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눈길을 만들며
軍用 파카 속에서 칭얼거리는 어린 아들을 업은 채.
-기형도 시 '白夜'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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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집을 나서면,,, 공기도, 지하철로 향하는 버스도,, 지하철도 모두 한산한 가운데 여유롭다. 사람들이 아직 나서지 않은 길을 걸으며,, 하얗게 입김이 올라간다. 조금씩 아프고, 조금씩 지치고,, 조금씩 피곤한.... 그러한 가운데 열심히 하루를 열어 나간다. 때로 바쁘게 오고 가면서 몸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 살아 있음으로 내가 느끼는 이 숨결,, 몸을 아끼라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무리하지 말라고 많은 사람들이 내게 이야기 하지만,, 삶을 사는데 있어서 스스로 조절하고 간격을 조절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오래간만에 외부로 일을 보러 나갔다가 신촌에 들러서 이대도 들리고, 모교에도 잠시 들르고,,, 바람은 차갑고 때로 세차게 불어 오는데 대학의 동아리 방 에는 풍물놀이패가 연습에 한창이다. 친구녀석이 이대에서 교수로 발령을 받았다고 하여 간만에 만나서 식사를 하였다. 보따리 장사로 10년이 가깝게 이대학, 저대학에서 강사을 생활을 오래도 하더니.. 마침내, 교수가 되었다. 그간의 고초를 너무 잘 알기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이대 대학원 건물을 가로질러 정말 오래간만에 모교를 함께 찾았다. 우리를 가르치던 은사님도 찾아보기 힘들고 같이 공부하던 친구 몇이 교수로 자리를 잡았다. 오래간 만에 예전에 대학 2학년 때의 화두였던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명제를 다시 질문 하였다. 정말 학문을 계속하고 진리를 탐구하니 자유롭냐고,,, 크게 웃는 친구들...너는 여전히 철학적 이라는데,,, 나는 현실적으로 많이도 변해 있으니.... 노천극장의 뒤쪽으로 올라가니 잔설이 녹지않아 미끄러운데,, 추억의 청송대가 우리를 반긴다. 학교를 다닐때에는 꼭 애인을 만들어 이곳에서 첫키스를 하리란 허무한 다짐도 했었는데,, 모두 뭐 하느라 바뻤는지 그런 핑크빛 추억도 없으니,,, 쓸쓸했던 대학시절이여.... 바람은 부는데, 매서운 겨울바람은 옷깃을 파고 드는데,, 보고 싶은 사람은 모두 다 멀리에 있다. 바람이 부는 거리를 돌고 돌아서 돌아와 뜨겁게 물을 끓여 펄 자스민을 일곱 알 떨어뜨려 뜨겁고, 향긋하게 차를 마신다. 아침부터 머리가 계속 아픈데,, 사리돈을 두알이나 먹어도 소용이 없으니,,, 어느덧 밤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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