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눈보라가 치는 날이면
겨울바다가 보고 싶다는
아내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원고를 들고 마포길을 걸어
제 이름도 빼앗긴 출판사로 간다
낯익은 이길이 왠지 낯설어지고
싸우듯 빰을 부비듯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나는 눈시울이 뜨겁구나
시는 아무래도 내 아내가 써야 할는지도 모른다
나의 눈에는 아름다움이 온전히
아름다움으로 보이지 않는다
박 종철군의 죽음이 보도된 신문을 펼쳐들며
이 참담한 시대에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살아남기 위하여 죽어있는 나의 영혼
싸움도 사랑도 아닌 나의 일생이
지금 마포 강변에 떨어져
누구의 발길에 채이고 있을까
단 한번, 빛나는 사랑을 위해
아아,가뭇없이 사라지는
저 눈물겨운 눈발 눈발 눈발
-'눈보라 속에서'전문
-----------------------------------------------------------------------------------------
손을 들여다 본다
보아도,
눈 씻고 보아도 낯선 손바닥
흠집에 기름투성이
이 손이 잡은 것은 무엇인가
일을 해도
일을 해도
내 손은 빈손
찬 바람이 손가락을 빠져 나갈 뿐
두 손으로 얼굴을 거머쥐어도
바람은 내 얼굴에 모래를 뿌린다
나는 안다
이 추운 겨울 밤
뭇 사람을 비탄에 떨게한 바람이
어떻게 한 사람의 높은 담을 치솟게 하고
한 사람의 음험한 웃음소리가 어떻게
타인을 맨주먹 쥐게 하는가.
-'내 주먹'전문
----------------------------------------------------------------------------------------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 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면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숲' 전문
-----------------------------------------------------------------------------------------
*詩가 고플때가 있다.
오전에 점심식사를 마치고 청바지 구입건으로 매장들을 돌았다. 메사에도 가보고, 신세계, 롯데 백화점을 차례로 돌았다. 올해의 칼라계열은 '실버블루'...... 자연스럽게 색을 뺀 네츄럴톤에 통은 넓은 진이 주를 이룰듯,,, 나는 30대 이후의 루스한 계열을 위주로 잡기위해 매장을 돌아다니니 가격대비 만족도가 낮다. 무더웁게 느껴지는 날씨에 사람들은 대체로 많지만 돈을 쓰는 사람은 그렇게 눈에 띠지 않는다. 백화점의 마케팅도 일본의 상술을 답습하여 이름이 잘알려지지 않았지만 소수에게 지명도가 있는 고가의 옷을 수입판매하는 샵이 늘었다. 청바지 하나에 47만원~90만원. 내가 알고 있는 원가와는 많은 차이,,, 차후를 이야기하고 명함을 교환했다. 경기가 없을 수록 비싼것이 팔린다 하더니,,, 흠 생각할 거리가 하나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