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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애송시 몇편.


맑은 비 내리는 사월 첫날 - 詩 몇편.
조회(331)
이미지..,love. | 2006/04/01 (토)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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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수북이 가랑잎 쌓이고
며칠내 뿌리는 찬비
나 이제 봄날의 그리움도
가을날의 쓰라림도 잊고
묵묵히 썩어가리
묻어 둔 씨앗 몇 개의 화두(話頭)
푹푹 썩어서 거름이나 되리
별빛 또록한 밤하늘의 배경처럼
깊이 깊이 어두워지리
 
 
 -조향미시 '겨울 골짜기'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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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고 싶을 때마다
오래도록
너를 그리워 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가벼워야 자유롭고
힘이 있음을 알고 있는 새야
 
먼데서도 가끔은
나를 눈여겨보는 새야
나에게 너의 비밀을
한 가지만 알려주겠니?
 
모든 이를 뜨겁게 사랑하면서도
끈끈하게 매이지 않는 서늘한 슬기를
멀고 낯선 곳이라도 겁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담백한 용기를
가르쳐주겠니?
 
 
 -이해인시 '새들에게 쓰는 편지'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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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서에서 오수까지 어른 군내버스비는
400원입니다
 
운전사가 모르겠지, 하고
백원짜리 동전 세 개 하고
십원짜리 동전 일곱 개만 회수권함에다 차르륵
슬쩍, 넣은 쭈그렁 할머니가 있읍니다
 
그걸 알고 귀때기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가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할머니를 향해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무슨 큰일 난 것 같읍니다
30원 때문에
 
미리 타고 있는 손님들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운전사의 훈계 준엄합니다 그러면,
전에는 370원이었다고
할머니의 응수도 만만찮습니다
그건 육이오 때 요금이야 할망구야, 하면
 
육이오 때 나기나 했냐, 소리 치고
오수에 도착할 때까지
훈계하면, 응수하고
훈계하면, 응수하고
 
됐읍니다
오수까지 다 왔으니
운전사도, 할머니도, 나도, 다 왔으니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안도현시 '열심히 산다는 것'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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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고 한다. 메마른 도시에 사는 죄일까? 비만 오면 하염없어지고 왠지 레인코드 깃을 세우고 영화의 주인공처럼 하염없이 걷고 싶어 지는것은 내가 본래 주책이라서 인가, 아니면 사무실 여직원의 말처럼 나이를 타는 것인지 실없이 나오는 웃음에 입술을 깨문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것은 창이 커다란 유리인 까페, 창가에 앉아서 짙게 풍기는 커피 내음과 더블어 마음을 나눌수 있는 편한 친구나 가슴에 기댈수 있는 연인이 있으면 더욱 좋고,, ㅎㅎ,, 한가하니 별 생각을 다적어 본다. 이따가 한가한 토요일 점심시간 덕수궁 뒤길로 간만에 산책이나 나가 볼까나, 호젓한 봄비에 젓은 경복궁도 좋을듯 싶고,, 왠지 배따래기의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라는 노래가 중얼거려지는 오전시간, 지극히 단순해 뵈는 내가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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