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소통은 하고 있으나 관여하지 않으면
섬이라 한다
가고자 하면 갈 수 있으나 마음에 두고 있으면
섬이라 한다
고요한 것 같으나 폭풍에 쌓이고 몰아치지만
잔잔해지면 섬이라 한다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면
섬이라 한다
그리워도 오지 않으면 섬이라 한다
그리워도 가지 않으면 섬이라 한다
무수한 섬을 모아 사람이라 한다
- 정 용주 시 ‘섬’모두
*쏙닥쏙닥, 시인동네, 2020
*1987년도에 Jean Grenier의 Les Iles(섬)이라는 책을 몇 차례 읽고, 책의 속지에 이런 시를 적어 놓았었다. "... 태양과 별과 새와 바람을 지배하는 커다란 나무, 그 나무에 관해서 나는 너와 이야기 하고 싶다. 너무나 고독하게 보이는 고독한 나무라도 그 고독은 인간의 고독과 전연 이질적인 것, 가령 너의 눈에서 물같은 것이 흘러 내렸다 해도 한 그루의 나무처럼 하늘과 땅을 분활할 도리는 없다. 그래서, 나는 너와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이다." (1989, 1, 9. 번역) 당시에 이글을 읽으며 '인간의 고독과 전연 이질적인 고독'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 했던 것 같다.
작년 이맘때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나라 전체로, 아니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저마다의 모습으로 방역에 몰두하면서 사람들은, 어디에도 갈 수 없게 되었다. 모든게 ‘All Stop’ 되면서 휴가도 명절도 생략되는,, 그것을 당연히 이해하고 받아 들이는 세상이 되었다. 주어지는 ‘시간’ 안에서 모든 사람이 각자 섬이 되었다. 자신의 섬 안에 갇혀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다. 이런 세상이 올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해본 적이 없을 게다. 그런데 그런 세상이 왔고 나는 섬이 되었다. 나는 섬 사람 인가, 사람 섬 인가,,
곰탕 한그릇 먹는데 ‘QR ‘코드를 찍어야 하고, 물건 하나를 사거나 공무를 보려해도 얼굴을 비치어 체온을 재야 한다. 어디를 가도 나의 기록을 남기고 흔적을 남긴다. 나의 기록이 남는 곳이 나의 섬 이고 나의 영토다. ‘디지탈의 지문’ 속에서 삶의 예상과는 반대로 내 설 곳은 더 좁아지고,, 나는 점점 더 작게 최소화 된다.
이러다가 나는... 흔적도 없이 소멸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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