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빠져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물 위를 걸으면
물 속에 발이 빠지지 않는다
물속에 빠져
한마리 물고기의 시체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물위를 걸으면
물속에 무릎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주어진
물 위를 걸어가는
이 짧은 시간 동안
물속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지 말고
출렁출렁 부지런히 물 위를 걸어가라
눈을 항상 먼 수평선에 두고
두려워하지 말고
-정호승시 '물 위를 걸으며'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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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자연에서 내 삶의 스승이 아닌것이 없고,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하나하나의 작은 깨침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한다. 안개가 자욱한 아침의 길을 걸어 출근길에 나서며 따스해진 봄바람을 느낀다. 세월은 어김없이 바뀌고 인간의 욕심이나 연륜에 상관없이 소슬하게 자연의 빛을 나누어 준다. 희미하게 살랑이는 봄바람속에 곧 꽃바람도 묻어 오겠지...
-사람들은 '자란다.' 어떤 의미에서는 '성장'이란 단어가 있으나 내겐 자란다 라는 단어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남대문 이라는 제일 큰 시장에서 그것도 많이 알려진 수입상가에서 사업을 하다보니 '옛인연'의 사람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근 9년여의 시간속에 학교 친구도, 옛직장 선배와 후배도, 그리고 옛날에 내게 종아리 맞고 과외를 하던 여학생들도 어엿한 애기 엄마가 되어 내앞에 손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들은 변화한 내 모습에 놀라지만, 나는 그들의 성장과 변화에 감사한다. 나와의 어떤 연 으로 만나서 어엿한 모습으로 성장한,, 나또한 내 모습에 떳떳하기에 밝게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
-삶이란 어떤 것이 바른 모습일까? 공부를 할때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아 본적이 있다.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내게 돌파구는 공부 하는것 이였기에, 때론 친구의 조롱도 뒤로하고 책에만 미쳤던,, 그들은 내 절실함을 몰랐으니까,, 회사에서도 무엇에 쫒기듯 일을하여 남보다 빨리 승진하고 인정 받았지만,, 젊은날의 악전악식이, 회사에서의 몸을 아끼지 않는 일의 추진이, 내 자신을 '바닥'으로 던지는 씨앗임은 그때는 몰랐다. 건강을 잃고 퇴사하여 한동안 병원에서 집으로, 집에서 병원으로 일주일에 세번씩 침대에 누워 이대로 끝날수는 없다고 이를 악물었지,,,
-수술하고, 회복하고 다시 내 일이라고 의류 수입업을 시작할때, 참 가난하고 초라한 학생때의 내모습을 '다시' 느꼈었다. 아내도 아마 부끄럽고 불안 했으리라, 장사를 한다는 내 모습이,, 지금은 동문회에도 나가 친구들도 만나지만 벗들은 외적으로, 내적으로 많이 변한 내게서 많이들 놀란다. 옛사람이 죽고 새 사람이 됐으니 어찌 아니 놀랄까 싶지만 약으로 변해버린 내 모습보다 내적으로 변화된 내 삶의 모습에 놀라기를 원한다. 지금의 나는 삶도, 생각도 자유롭다. 집착하지 않는다. 내가 가졌던 모든 지식과 부 에서,, 내가 가지려 했던 명예와 지위도 물과 바람같다. 바라건데 하루하루를 비우고, 또 새로움으로 비워서 진정 가볍게 그분의 부름에 몸만으로 갈수 있기를,, 지윤이와 지연이에게 '아버지'였다는 추억으로 남을수 있기를,, 오늘도 힘차고 다소곧이 내 하루의 몸짓을 비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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