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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숲에 들다

바다가 그리울 때....

 


 

 

아주 아주 오래 전
바닷가 한 왕국에
한 소녀가 살았어요
애너벨 리라면, 당신도 알지 몰라요
이 소녀는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것밖엔
딴 생각은 아무것도 없이 살았어요
 
나도 어렸고 그 애도 어렸죠
바닷가 이 왕국에서
하지만 우린 보통 사랑 이상으로
사랑했어요, 나와 애너벨 리는
하늘의 날개달린 천사들이
그녀와 나를 시샘할 만한 사랑으로
 
그 때문에 오래 전, 바닷가 이 왕국에서
한 차례 바람이 구름으로 부터 불어와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만들어 버렸어요
 
그리곤 그녀의 지체 높은 친척들이 와서
그녀를 내 곁에서 데려가
바닷가 이 왕국
무덤에 가둬 버렸죠
 
천국에서 우리 반만큼도 행복하지 못한 천사들이
그녀와 나를 시기한 것이였죠
그래요! 그 때문이었죠(바닷가 이 왕국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요)
밤에 구름 속에서 한 차례 바람이 일어
나의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죽여버린 건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더 강했답니다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보다
우리보다 현명한 많은 사람들의 사랑보다요
그래서 하늘의 천사들도
바다밑의 악마들도
내 영혼과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영혼을
떼어 놓지 못해요
 
달빛이 빛날 때 마다 난 언제나 꿈을 꾸거든요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별들이 뜰 때마다 나는 느껴요
애너벨 리의 빛나는 눈동자를
그래서 나는 밤새도록
내 사랑, 내 사랑, 내 생명, 내 신부의 곁에 눕는답니다
그곳 바닷가 무덤
파도 철썩이는 바닷가 무덤 속에서.
 
 
  -애드가 알런 포우 시 '애너벨 리'모두
 
 
 
 
* 날씨가 무더워지니 시원한 바닷가가 그리워진다. 바닷가마다, 해수욕장마다 사람으로, 사람으로 몸살을 앓는다는
소식이다.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는 나로서는 봄이나, 가을에 가는 바다도 좋지마는,, 한겨울에 눈내리고, 비내리는
,,, 바람마저 불어서 파도가 다소 거칠게 몸을 부대끼는 겨울바다를 참 좋아한다. 청년시절 그래서 박인희씨의 노래중에
'겨울바다'라는 곡을 좋아 했었다. 가만히 백사장에 앉아 밀려오고, 밀려가는,, 끊이지 않고 반복하는 전혀 다르게, 매번
오고가는 파도를 끝없이 보아도 실증이 나지 않았지. 사람들이 오고, 간다. 다시 볼 사람도, 다시는 못 볼 사람도,,, 모두
감사하다. 밀려오는,, 밀려가는 파도처럼 삶에, 사람에 지치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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