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례식장에서 / 김현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무를 먹는데
작고 밝은 것들이 웃었다
무지했다
바로 앉는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그런 식욕이
영정을 돌아보게 했다
불빛 환하고 죽은 사람이 한가운데
- 낮에 본 얼굴을 밤에 다시 봅니다. 우리는 이렇게 가까운 얼굴입니다. 그런 얼굴로 당신은 모르는 얼굴을 보고 나는 얼굴을 모릅니다. 두번 절하고 한번 맞절합니다. 그럴 때 어떡하든 얼굴을 피하고 싶습니다. 얼굴을 들 수 없어서 그게 밤 때문이라고 밤이 뒤통수에 달라붙어 고개를 숙이게 한다고 믿으며 밤하늘을 우뚝 올려다보는 겁니다.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있는 것을 우리는 자연이라고 부릅니다. 이곳에서 자연이라는 말은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고개를 이편에서 저편으로 돌릴 때
흔들렸다
얼굴이
흔들리는 얼굴이
저만치에서 오는 사람에게로 달려가
오빠
얼굴을 묻었다
오빠는 어디 먼 곳에서 오는 것
먼 곳에서 가져 온 물건을
손에 쥐고 있었다
삶의 끈을 놓았다고
오빠
다 흐려진 얼굴이
허공이었다
참 무 같은 것이
작고
밝은 것들이 반짝이고
아버지
하고 다 큰 것들을
흔들리는 것이 보았다
그것이 뒤를 돌아보며
장지는 어딘가
끝으로 물었다
곧 떠날 사람이었다
- 떠나야 할 사람은 왜 모두 백발입니까. 그게 떠나야 하는 색인것처럼 낮에 본 당신의 얼굴은 검은 것이었습니다. 밤에 본 네 얼굴이 아직 검은 것처럼 . 죽음을 아는 얼굴이 아니니까요. 누구도 그런 색의 얼굴을 가질 수 없습니다. 오로지 곧 떠날 얼굴만이 그런 얼굴에 근접할 수 있으니까요. 아버지, 그렇게 가시면 어떡합니까? 그렇게 백발을 다 보이고요. 선명하게 흐릿한 것이 흔들리는 얼굴들을 지나쳐 저만치로 갈 때 오빠, 하고 멀리서 달려오는 얼굴이 있는 겁니다.
[입술을 열면], 창비, 2018.
** 1+1, 2+1,, 이런 문구들을 보면 필요하디도 않으면서 손이 가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가지는 것’이 무서워지는 마음은 무엇인지? 허리가 37을 넘겨서 38사이즈의 바지를 사고 기가 막혀서 웃던게 어제 같은데, 며칠전 38, 36 사이즈의 바지들을 이틀에 걸쳐 헌옷 수거함에 집어넣고 찾아보니 겨울바지가 카키색의 골덴바지 32가 하나 나왔다. 가을에 산 옷 몇벌에 사놓고 입지않던 내복을 챙겨 입으니 이번 겨울도 그럭저럭 넘길 만 하다는 생각이다. 어떤 어르신이 팬티를 사도, 바지를 사도 내년에 내가 저 옷을, 저 신발을 신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필요 할 때마다 하나씩만 산다는 말에 술한잔 하신 어른의 우스개 소리로 알았는데,, 시간이 날때마다 집안의 곳곳을 정리하다 보니까,, 필요하지 않은 모든 과거의 쓰지않는 것들이 모두 ‘쓰레기’이다. 그때는 그렇게 돈을 모아 한권씩 사모랐던 책들도, 아끼던 LP 나 CD도 내 체온에서 떠나가니, 간편함에 물든 타성에 먼지만 쌓여,, 삶에 재미가 없어졌다.
노트북 하나로 내 좁은 공간에서 은행업무도, 일 처리도, 미팅도 책도, 음악도 엡 하나만 누르면 누리게 되면서 부터 왠지 ’부 자유스럽다‘ 느끼게 되었다. 쉽고 더 풍족하게 되었는데,,, 더 허기지고 공허해진 느낌. ”인간적인 감정의 교류가 없다“라고 적다가 ‘픽~~’ 하고 웃고 말았다. 적응 해 간다, 라는 말은 옛 기억과 습관들을 하나, 하나씩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새로움에, 낯설은 내 모습에 여전히 당혹스러워 하다가,, 겉모습만 노인인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잊혀져 가는 모양이다. 어떤가요? 그대,, 당신의 모습은 생활은 ‘스마트’ 한가요?!
촌스럽고 어딘가 어눌한 내 모습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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