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상했습니다
그들, 일인칭이 아닌 모든 사람들의 노질을
그들이 저어가는 배의 방향들을
때로는 하루종일
때로는 밤이 새도록
멜로드라마, 사이코드라마, 홈드라마, 폭로, 스릴, 서스펜스······
한때는 상상의 범주에 넣아주지도 않던 그런 망상들을
하고, 또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날이 지나갈수록
하나둘 그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더군요
처음엔 드라마가
그다음엔 얼굴이
그다음엔 이름들이
그들의 온갖 이미지들이 다 사라지더군요
참 이상하게도
그들을 봐도
그들을 만나도
이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무런 생각이 없어지니까
대신 그곳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더군요
나는 그 구멍하고 놀았습니다
기묘한 구멍, 쓸쓸한 구멍, 끔찍한 구멍, 서러운 구멍,
특이한 구멍, 찬란한 구멍······
언젠가는 그 구멍도 사라지겠지요
나 혼자만 동그마니 이 세상에 남게 되겠지요
그러면 그땐 또 분명히 두리번두리번 다른 놀이를 찾게 되겠지요
무서워하지 않고, 성급해하지 않으며
주변을 다시 환하게 해줄 그런 놀이를
아니, 어쩌면 그때야말로 비로소
환한 주변을 갖게 될는지도 모르지요
길가의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조차도 예사롭지 않게 될 테니까요
상상만 해도 막 즐거워집니다
그런 생각만 하고
살고 있으니까요
그런 생각만 하며
살아가니까요
- 김 상미 시 ‘즐거운 상상’모두
*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문학동네, 2023
- 2014년 사월의 어느날 하나의 무거운 마음으로 신장카페에 등업을 요청했다. 우울했던 내 마음처럼 무겁게 느껴졌던 카페의 분위기. 조금씩 적응 해 가면서 ‘사람’을 느낄 수 있었고 무형의 응원을 느끼면서 나또한 무언가 밝은 에너지를 나누고 싶어졌다. 어딘가 망가진 몸으로 생존하며 생활을 이겨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묵묵히 삶의 에너지를 나누는 ‘신 환우’를 보며 나 또한 ‘화이팅!’ 으로 존재하고 싶었다 할까?!..,
2023년 사월, 10년의 세월이 흘러 갔고, 100 편의 글로 맺으려 했던 글이 250편의 글에 다다르고 있다. 투석의 고통과 싸우던 사연 많은 10 년의 세월 동안에, 내가 나누고자 했던 ‘시 한편’의 감정이, 조그마하게 덧 붙여 놓았던 일상의 편린이 신 환우들에게 하나의 작은 ‘화이팅’으로 위안으로 남기를 바랐다. 병중의 높낮이와 투석의 굴레에서 벗어 날 수 없는 몸이지만, 너무나 서로를 잘 알기에 모든 이곳의 신환우에게 감사와 고마움의 말들을 전하고 싶다.
사는게.., 때로는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어 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곳 신환우들의 삶과 글에서 다시금 마음을 다 잡는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책임이 있고 스스로의 삶에도 떳떳해야 한다고 믿는다. 현재 까지의 삶에 노력하고 인내 했다면, 작은 병 앞에서 나약해 지기는 싫다. 비가 내린 뒤의 하늘은 맑고 청명하다. 하루 하루 새로운 날들을 맞으며 어린아이 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놀라움으로 내 삶을 깨닳고 싶다.
모두들 평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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