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김소월 시 '가는 길' 모두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시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시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 긴 소월 시 ‘먼 후일’모두
산새도 오리나무
우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
영 넘어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 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우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김 소월 시 ‘산’모두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김소월 시 ‘산유화’모두
엄나야 누나야 강변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 김 소월 시 ‘엄마야 누나야’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김 소월 시 ‘왕십리’모두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김소월 시 ‘접동새’모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김 소월 시 ‘진달래꽃' 모두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김 소월 시 ’초혼’모두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을 나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모심타"고 하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
김 소월 시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모두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히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約束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김 소월 시 ‘개여울’모두
- 사월에 들어서서 소월의 시를 다시 읽게 되었다. 어머님과 아버님도 좋아 하셨다는 소월,, 시를 읽다보면 가슴깊이 올라오는 아련한 슬픔, 우리의 민요, 어떤 유행가 가사처럼 내 입속을 떠돌고, 친숙한 누이의 모습과 인고와 기다림의 슬픔이 떠 오른다. 살다보니 이리저리 인연에 얽히게 됐던 벗 님들과 그 연으로 인한 사연과 정도 깊어진 사람들이 생각이 난다.
세상을 살아 오면서, 만나야 할 사람도, 결국에는 헤어져야 할 사람도 생겨난다. 한 시인은 "헤어짐이 잦은 세상, 깊게 사귀지 말자" 했지만,,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는게 세상사는 이치 라지만,, 사람의 인연으로 맺힌, 그리움과 이별에 익숙 해 지기는,, 쉽지가 않다.
한 노인이, 세상이 힌바탕 '꿈'이라 했던가?!.., 아직도철부지 어린아이 처럼, 나는 멋지고, 아름다운 꿈을 꾼다. 슬프지 만은 않은,,,, 현실은 동화처럼 신비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흐릿한 흑백영화 속의 쥬디 갈란스의 'Somewhere over the rainbow' 가 아침부터 입속을 맴돌며 '중얼거리게' 한다, 낮은 *허밍으로
그래서,, 나도 모르게 눈가가 젖어 온다.
* 허밍: 음악 입을 다물고 코로 소리를 내어 노래를 부르는 창법. 합창에 많이 쓴다.
'시인, 그 쓸쓸한 영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 사상 - 김 지하 시인. (3) | 2023.05.20 |
---|---|
몽롱한 *장엄함/김 종삼 시. (0) | 2023.05.07 |
5월의 햇살 같은 시/김 영랑 시 . (0) | 2023.05.02 |
씨알의 시/김 수영 시. (1) | 2023.04.26 |
’악의 꽃‘ -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21~1867)의 시. (2) | 2023.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