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덕정 뒷골목 막걸리집 이름 빌려
'삼돌이네 집'이라는 시집을 낸 경훈이가
민족극한마당인지 민족술한마당인지
딴따라 행사를 전후좌우 하여
내리 열흘 술술 마시더니 급기야는
얼굴에 똥 피고 췌장에 염증 생겨 입원하게 됐는데
담당 의사
입에 거품 물고
앞으로 술은 독약!
이라는 말에 병실에 누워 천장 보며
눈만 껌벅이던 그 친구
허, 그거 첨
게민, 이참에 나도
술
끊
어
?
했다는데
나는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 김 수열 시 '슬프지 않다' 모두
- 밀렸던 일들을 말끔히 정리하고, 일정과 스케줄도 대폭 정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요일 아침을 맞았다. 이놈의 불면증은 어쩔수 없이 아침일찍 눈을 뜨게하고,, 서재의 책을 정리하고 접어 두었던 김수열의 시집을 다시 읽는다. 일요일이면 늦잠을 자는 마눌님과 작은딸,, 어제도 12시를 넘기고 방에 불이 꺼졌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먹고 비어있는 큰아이의 방과 서재, 거실을 청소기로 깨끗이 청소한다. 물걸레도 빨아 방마다 먼지를 딱아내고 방마다 휴지통을 비우고 쓰레기를 묶어내니, 그제야 작은아이와 마눌님이 기상하여 자신의 방을 치운다. 청소하는 모습을 보며 운동복에 소형디카를 하나 챙겨 운동을 나선다. 오고가는 동네 출근길의 공원에 꽃들이 만개했으리란 생각, 날씨도 화창하다.
아파트를 나서서 평소와 다르게 운동코스를 조정한다. 오늘은 경찰서 앞으로 하여 롯데마트 앞의 공원천변으로 하여 반대로 이마트쪽으로 하여 한국전력으로 하여 크게 한바퀴 돌을 예정이다. 아파트 내에도 벚꽃이 피었다. 화창하게 바람도 없는 날씨는 알맞게 따스하여 청명하며 유쾌하다. 개나리, 목련, 홍목련, 홍매화꽃, 벚꽃이 다투어 피어있다. 평소와 다르게 속도를 전혀 낼 수 없다. 몇보를 걷다 사진을 한장찍고 다시 걷다 한장, 두장,, 찍고 사람들의 표정도 꽃들의 밝고 선명함에 따라 환하게 피어난다. '아름다움'은 좋은 것이다. 좋고 예쁜것을 바라봄으로 인해 사람들 마음이 선해지고 아름다울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피어날 때에 피워내고, 질 때에 지며,, 자신의 삶의 길에서 오롯이 '자신의 꽃'을 피워내고 때에 따라서 잎을 떨구는 순명을 겸손히 배우고 싶다.
사느게,,, 마음 같지가 않다. 사람들의 생활이 팍팍 해졌다는 말은,, '경제가 어렵다' 하는 간단한 말로는 다 설명이 되지 않는다. 40을 넘기면서 소위 '아저씨'라 불리는 중년의 주량이 늘어만 간다. "술을 왜 마시냐고?" 어린왕자는 물었지만, 책의 대답처럼 "술마시는게 챙피해서" 는 결코 아니다. 그저 이룬것 없이 흘러가는 세월앞에 초조함이, 덧없이 더해지는 나이가 남자들을 술 마시게 한다.오늘은 이상하게도 "술이 땡겼다" 하지만,, 낮술을 경계하는 나로서는 아직은 떨어지는, 피어나는 꽃들을 안주삼아 공원의 벤치에서 '유유자적'하는 '어르신'들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 입맛만 다시다 코스의 '대포집'을 지나 마눌님의 호출에 이마트에 들러 사려던 생굴은 계절이 지나 사지도 못하고 무거운 초대형 피자만 한판사서 땀을 뻘뻘 흘리며 들고왔다. 여자들은 알까?! 남자들도 맨 정신으로 '세상'앞에 떳떳하고 싶다는 걸,,, 마음 같지가 않은 세상이다. 제길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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