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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꽃을 부여 잡고...

 


    





그녀의 얼굴, 오싹하니 영전 같다
강혜숙은 죽은 시인의 아내를 오래오래 껴안고 있었다
도서관 옆 산수유가 노을에 추운 머리 담그고
한 생애가 저물었듯이
노제가 끝나가는 전남대 교정은 서서히
침전하는 水沒地區처럼 가라앉아갔다
죽음은 모든 사람을 딱 한 번 주인공으로 만들지만
한 사람이 빠져나갈 때 마다
영정 속에 들어 있는, 웃고 있는 생은
물고기를 담은 비닐 봉지처럼
언제 터질지 모를 막 안에서 웃었을 뿐이다
강혜숙, 드디어 미친년처럼 날뛰고
흰 무명천을 가르고
시멘트 바닥에 나뒹굴고
섹스하듯 허공을 어루만질 때
아, 그 더운 체온이
순수한 허공을 육체로 만들었다
미망인에게서 빌려온 체온을 
곧 땅속에 떨어질 자에게 마지막으로 덮어주는 
그 춤의 옷 한 벌!


  - 황지우 시 '춤 한 벌' 모두
  (故김남주 시인 노제에 추었던 강혜숙의 넋풀이 춤)



 




- 이상하게도,, '목련꽃'을 보면 '앞서 간' 사람들이 생각이 난다. 소담하고 청조한 목련꽃은 참 좋아하는 꽃이지만,, 아무도 모르는 밤 사이에 꽃몽우리를 밀어내고, 나도 모르게 활짝 개화 해 버려, "아 꽃이 활짝 피었구나?!" 하고 기뻐하다보면 어느날, 짧은 시간에 허무하게 산화하여 그 소담한 자태를 허무하게도 찾을 수 없다. 산책길에서 소담하게 피어난 목련꽃을 보며 황지우의 '춤 한 벌'이 떠 올랐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24시간이 주어지지만,, 쓰는 사람에 따라서 시간이 남기도 하고, 모자라기도 하는데, 자신의 시간을 요구하는 '그 누구'에게 나눌수 없다면 '서로의 단계'에 심각한 장애가 온 것이다. '마음의 여유'란 무엇일까?!... 주머니에 항시 휴대폰을 넣고 다니면서도 지인에게 전화나 문자한통 할 여유가 없고, 휴대폰 카메라로 찍을 수 있는데 카메라 타령을 하며 아름다운 컷을 잡을 수 없다면,,, 내가 '마음의 여유'를 상실한 것이다.

사무실을 나서고, 길가를 잘 둘러보면 꽃은 지천이고 우리들 사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는데,, 목마른 짐승처럼 갈증을 느끼며 오아시스를 찾듯 '새로운곳'으로 떠나길 원한다. 쌓아 두었던 책들과 영화,, 그리고 다소 미루어 두었던 일정과 약속들.... 어제부로 대충 정리가 되었다. 다소의 무리로 두통을 동반 하기는 했으나 책을 읽고 정리 하는데에는 대학시절 배워 두었던 속독법이 많이 도움이 된다. 보아 두어야 할 영화파일이 3~4 편 남았는데,, 오고가는 지하철에서 PMP나 TAP으로 나눠 보아야 한다. 넘쳐나는 매체 속에서 항상 '최고와 최선'을 찾아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하는데,, 소비가 미덕인 시대를 살다 보니까 '쓰레기'가 넘쳐 난다.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선 올바른 정보가 필요한데,, 그 '정보' 까지도 가공이 되는게 현재의 현실이니 '선택의 부재'이다.

음악이나 영화, 그림, 책,, 여행,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대상들을 가끔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자. 너무 스스로만 누리려 한 것은 아닌지,, 내 '이기심'으로 혼자서만 '잘난척' 하며 산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하얗게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여의도의 가로수를 걸으며,, 꽃이 나 인듯, 꽃이 너 인듯,, 온몸으로 느껴본다. 사는 것은 '그리움'을 가지는것,, 꽃으로 피어나는 그리움이 있다면,, 꽃지면 따라지는 그리움도 있으리라. 인연에 연연하지 말자, 꽃이 피고 꽃이 지듯, 너도 피고 나의 마음도 엷어져 가리니,  문득,, 이 애주나 , 이 정미의 노래가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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