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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골목길.


추억으로 가는 미로 - 골목길,,,
조회(660)
이미지..,love. | 2006/12/09 (토)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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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엽어 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 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시 '자화상'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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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적 추억은 아름다운 추억보다는 '아픈기억'이 많지만,,, 지나고 나서 뒤돌아 보면 아픔도 채색이 되어 다소 아름답게 다가오니,,, 시간의 힘은 위대하다고 느낀다. 어제 후배의 블러그에 들렀다가 '골목길'에 대한 추억을 보고 댓글을 하나 달았다가 점심때는 서점에서 골목길에 대한 사진집을 한권 들쳐 보았다. 이제는 서울도 아파트의 군락화로 골목길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 그에 대한 이런 사진들도 '귀하게' 느껴지며 입가에 미소가 묻어남은 어릴때의 희미했던 기억들이 하나, 둘씩 떠오르기 때문이다.
 
-내 어릴적 기억은 장충동에 장춘체육관을 가까이 하고 양옥집에 살았던 기억과, 집을 드나들던 외삼촌의, 외숙모의 기억들,,, 3학년 이후에 약수동으로 이사 하여 약수동의 판자촌에 세들어 살던 다가구집,,, 마당에 공동수도가 하나 있고, 화장실도 하나인데,,,, 4가구인가, 5섯가구인 세 들어사는 사람들이 분주하던,,,  그래도 어린 마음에 바이올린도, 귀찮게 하는 사람도 없고,,, 방 하나에 누이 둘과 어머니, 당시에 아버지는 횡령을 하고 달아난 동업자를 잡기 위해 집에 안돌아 오시고,,, 모두가 무엇을 하는지 바쁘게 돌아가는 가운데,,, 집에 홀로 남겨져 집에 밥이 있으면 먹고, 아랫집 상만드는 현태 누이의 집에서 밥도 얻어 먹고, 골목을 뛰어 다니며 다방구와 술레잡기도 그때 처음으로 아이들과 해 보았다. 아이들과 노는게 재미 있어서 달라진 집안의 환경에는 아랑곳 없이 새 환경이 재미 있기만 했다.
 
-약수동 판자촌에서 2년여를 보내다 보니 어린 눈에도 '세상이' 보였다. 학교에서 처음으로 월사금에 대해 얘기를 들었고, 당시에 숭의여중에 다니던 작은누이는, 공납금 미납으로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고,,,, 장충동 시절, 그리도 자주 들락거리던 외삼촌과 외숙모는 대학공부를 시키고 시집을 어머니가 보냈어도 모두가 내 보는 앞에서 등을 돌렸다. 그때의 얼굴과 모습, 그리고 분위기,,,,  세상은 무서운 곳 이었다. 약수시장의 노상에 깔려 있던 보물섬 이란 헌 만화책,,,  약수극장에서 보았던 '엄마 없는 하늘아래'란 슬펐던 영화,,, 영화관에서 먹을것을 팔던 누이 또래의 아가씨의 실족, 영양실조로 파리하던 얼굴과 흐르던 눈물,,, 한여름에 물이 나오지 않아서 말라버린 수도꼭지를 바라보며 푸념하던 옆방 새댁과 아저씨의 한숨,,,, 4학년 때였던가 열병으로 몸이 아파 학교도 이틀인가 가지 않던때, 읽을 책이 없어서 이틀새에 누워서 땀을 흥건히 흘리며 몇번을 읽었던 파란 겉표지의 작은 성경책,,, 그때 난 성경에서 무엇을 보았던가??,,,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사업의 부도로 찾아온 가난이 우리의 식구의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 왔는데,,, 참, 철부지 였던듯,,, tv의 스타들의 친구찾는 프로를 가끔 보다 보면 옛 약수동의 작은 친구들이 생각나고, 약수산의 진한 색의 황토와 싱아잎의 신맛이 알싸하게 떠올라 침이 고이며, 돈 몇십원을 내고 보던 만화가게의 tv며, 아톰, 요괴인간,,,(그때 이런류의 만화를 본듯,,,)ㅎㅎㅎ,, 생각해 보니 많은 세월이 흘렀다. 군에서 제대후에 들를 기회가 있어서 약수동에 한번 가 보았는데,,, 기억속의 길들도 많이 변화 하였다. 사라지고 넓어진 골목길,,, 없어진 약수극장,,, 사라진 판자촌들,,, 추억속의 모교도 정문부터 낯설고 오직 커다랗던 호도나무만이 그대로인 청구국민학교,, 추억을 더듬다 보니 언제 한번 시간을 내어 사진기를 들고 가 보아야 할듯,,, 그곳이 그립고 보고 싶음은 세월의 나이 탓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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