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초파일
傳燈寺에서 淨水寺까지
공양드리러 가는 보살님 차를 얻어 탔다
토마토 가지 호박 늦은 모종을 안고
십 리를 더 걸어와
흙 파고 물 붓고
뿌리에 마지막 햇살 넣고 흙 덮고
해도 燈처럼 물(水)처럼 날이 맑아
개밥그릇을 말갛게 닦아주고 싶었다
부처님 오신 날인데 나도
수돗가에 앉아 도(陶)를 닦았다
고개 갸웃갸웃 쳐다보던 흰 개
없다니까!
그 그림자가 그릇의 맛이야
수백 번 혓바닥으로 핥아도 아직 지울 수
햇살이 담길수록 그릇이 가벼웠다
- 함 민복 시 ‘개밥그릇‘
* 시집 : 말랑말랑한 힘
- 오래전에, 사월 초파일 ’ 부처님 오신 날‘에 결혼식을 했다. 당시에 난 기독교를 믿었고 교회 고등부 고3 교사였고, 아내의 집안은 불교도 집안이었다. 종교적 갈등 없이 서로의 종교에 ’ 진실‘하다는 이유로 ’ 어른‘들의 허락을 받았고 어떠한 갈등도 일으킨 적이 없었다. 아이들에게도 종교를 강요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난 무교고 아이들은 엄마를 따라서 때로 초파일에 절에 가 치성을 드린다.
’ 결혼기념일‘을 축하해야 하는데,, 내가 아프고 나서는 기념일은 사라지고, 아내는 열성으로 오래전부터 다니던 속리산 ’ 탈골암‘에 올해에도 예약을 했다. 해마다 나이를 더하면서 열심히 ’ 결혼기념일‘도 잊고 법당에 108배를 하며 ’ 어떤 기원‘을 하는 아내의 모습에 때로 ’ 숙연‘하다. 나는 얼마나 무심한 남편 이던가!.., 이제는 종교도 없고, 욕심도 내려놨고,, 그저 아이들과 사위, 그리고 아내의 말년이 평안하기를 나도 손을 합장해 기원한다.
하루하루의 삶에서 도라도 닦아야 할까?!…,
'시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월, 햇빛 찬란한 길을 걸어 나가며, (0) | 2024.05.19 |
---|---|
1980. 5.18. 광주. (0) | 2024.05.18 |
가문비 나무 아래의 연주, (2) | 2024.05.03 |
유 형진 / 피터래빗 저격 사건 - ‘모모’가 생각나~ (2) | 2024.04.30 |
4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며,, - ‘시 사랑 부산정모’ (2) | 2024.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