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어깨에 기대고 싶을때
너의 어깨에 기대어 마음놓고
울어보고 싶을 때
너와 약속한 장소에
내가 먼저 도착해 창가에 앉았을 때
그 창가에 문득 햇살이 눈부실 때
윤동주의 서시를 읽는다
뒤늦게 너의 편지지에 번져 있는
눈물을 보았을 때
눈물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어이 서울을 떠났을 때
새들이 톡톡 안개를 걷어내고
바다를 보여줄 때
장항에서 기차를 타고
가난한 윤동주의 서시를 읽는다
갈참나무 한그루가
기차처럼 흔들린다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인가
사랑한다는 것은 산다는 것인가
-정호승시 '윤동주의 서시'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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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의 책을 뒤지다가 한 수산의 '바다로간 木馬' 가 나왔다. 중학교 시절 많이 되새겨 읽던 사랑의 한모습,, 바다를 배경으로 두 남여의 실루엣이 표지로 은은하게 깔린,, 당시의 학생들 사이에 많이 읽히던,, "가장 짧고 가장 아름답게 산 한 여자의 러브스토리, 이상한 나라의 아저씨를 버려두고 '바다로 간 목마' 그 목마따라 그들의 사랑도 바다로 가 버린 것일까?,, " 하고 책에 써 놓았다. 까까머리 시절, 나는 어떤 사랑을 꿈꾸었던가? 내게도 가슴 설레게 다가오던 풋사랑이 있었던가?,,,
-그래 그때는 그런 사랑이야기가 많았었다. 한수산의 수채화같은 사랑이야기는, 내게 사랑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하나의 무지개 처럼 보였지,, '가을 나그네' 이던가 또 다른 한수산의 책도 여러번 읽던 기억이 난다. 후에 사랑을 하면 아낌없이 '주는' 그런 사랑을 하자 생각 했었지,, 지난 일을 자꾸 되새김은 나이를 먹는 것이라고 한 지인이 얘기 하던데, 나도 나이를 먹는 것일까? 첫 사랑도 생각나고, 그때 듣던 음악도 어제처럼 기억이 난다.
-일요일, 하루를 쉬면서 번거러움을 잠시 내려 놓는다. 지나치는 시간속에서 살기 위해서 집중 하는 시간을 벗어나 내 자신을 '무장해제(?)'하고 쉴수 있는 시간,, 음악에의 갈증도 풀어보고, 책도 좀 본다 해도 하루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서재의 한구석에 쌓아 놓은 책더미 속에서 읽은 책과 미처 읽지못한 책을 분리 해 낸다. 게으름을 피우느라 집안 청소도 못했는데, 서재의 먼지가 눈에 거슬려 서재만 걸레질을 한다. 일주일에 한번 내가 쓸고 딱아내지 않으면, 또 한주일을 먼지는 쌓이게 되리니 이곳은 나 아니면 깨끗하게 해 줄이 없는 나만의 세상이다.
-'바다로간 목마'를 대충 다시 흩다가, 주인공의 이름이 주희와 민우임을 깨닫고, 쓴 웃음이 났다. 한때 아들을 낳으면 '民雨'라 이름 지으려 했던 생각이 났다. 첫 아이를 그리 이름 지으려하다가 잃은 기억,, 사람은 얼마나 망각의 동물인가?,,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훌쩍' 일에서 벗어나, 접어두었던 여행을 떠나고 싶다. 5개월전 한달에 얼마씩 여행을 위해 신탁저축을 들어 두었다. 내년 3월 상가의 일에서 벗어나면 '그리스'로 떠나고 싶다. 神과 傳說의 나라,, 그곳에서 인간을 만나고 싶다.
-기분 좋은 피곤,, 뻐근한 몸을 탕속에 담그고 하루를 접는다. 세무신고도 마치고, 자잘한 상가 월말일과 감사행사도 마치면 바로 구정이다. 아버님의 기일도 다가오고,, 문득, 아버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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