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그 쓸쓸한 영혼 썸네일형 리스트형 여인의 슬픈 ‘목’ / 노천명 시인.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冠이 향그러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 본다. - 노천명 시 ‘사슴' 모두 대자 한치 오푼 키에 두치가 모자라는 불만이 있다. 부얼부얼한 맛은 전혀 잊어버린 얼굴이다 몹시 차 보여서 좀체로 가까이 하기를 어려워 한다. 그린 듯 숱한 눈썹도 큼직한 눈에는 어울리는 듯도 싶다마는… 전시대 같으면 환영을 받았을 삼단 같은 머리는 클럼지한 손에 예술품 답지 않게 얹혀져 가냘픈 몸에 무게를 준다. 조그마한 거리낌에도 밤잠을 못자고 괴로와하는 성미는 살이 머물지 못하게 학대를 했다 꼭 다문 입은 괴로움을 내뿜기보다 흔히는 혼.. 더보기 기원과 절대고독 / 김 현승 시인.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혼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인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도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 나의 시는. - 김 현승 시 ‘절대고독’모두 * 시집 [가을의 기도] 중.. 더보기 너는, 꽃- 김 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 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 처럼 나의 이 빛깔과 香氣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 춘수 시 ‘꽃’모두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追憶)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 더보기 ‘밥’ 사상 - 김 지하 시인.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뒤골목의 어딘가 발자국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 김 지하 시 ‘타는 목마름으로’모.. 더보기 몽롱한 *장엄함/김 종삼 시.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 김 종삼 시 ‘묵화(墨畵)‘모두 [처음처럼 / 다산초당] 신경림 엮음 희미한 풍금 소리가 툭 툭 끊어지고 있었다 그 동안 무엇을 하였냐는 물음에 대해 다름 아닌 인간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 길어다 준 일밖에 없다고 머나먼 광야의 한복판 얕은 하늘 밑으로 영롱한 날빛으로 하여금 따우에선 - 김 종삼 시 ‘물통’모두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전 균일상 밥집 문턱에 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 김종삼(1921~1984)시 ‘掌篇(장편).2‘ * 掌篇(장편) : '.. 더보기 5월의 햇살 같은 시/김 영랑 시 . 오월 /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千) 이랑 만(萬) 이랑 이랑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여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김 영랑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 영랑 / 내 마음을 아실 이 내마음을 아실 이 내혼자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것이면 내마.. 더보기 씨알의 시/김 수영 시.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도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김 수영 시 ‘풀’ 모두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 더보기 ’악의 꽃‘ -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21~1867)의 시. 샤를르 보들레르(Charles-Pierre Baudelaire) 시인 (1821년 ~ 1867년) 1857년 : 6월 25일 「악의 꽃」 출판 -외설죄로 법정에 피소됨 1861년 : 2월에 「악의 꽃」 再版 발매 1864년 : 「파리의 우울」, 「소산문시(小散文詩)」발간 1867년 : 8월 31일 46세를 일기로 사망 - 항상 취하라 항상 취하라 그것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없다. 시간의 끔찍한 중압이 네 어깨를 짓누르면서 너를 이 지상으로 궤멸시키는 것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끊임없이 취하라. 무엇으로 취할 것인가. 술로 , 시로 , 사랑으로, 구름으로, 덕으로 네가 원하는 어떤 것으로든 좋다. 다만 끊임없이 취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의 푸른 물 위에서나 당신만의 음침한 고독 속에서 당.. 더보기 이전 1 ···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