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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산채 비빔밥을 먹으며..... 조회(561) 이미지..,love. | 2007/10/11 (목) 15:54 추천(0) | 스크랩(1) 우리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가지 못했다 해 저믄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나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弔燈 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리고, 그 불빛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나희덕 시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모두 --------.. 더보기
인간의 대지. 반짝이는 햇살에 책상의 화분을 창가에 내다 놓으며,,,, 조회(653) 이미지..,love. | 2007/10/09 (화) 12:01 추천(1) | 스크랩(1) 테마스토리 - 일상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보며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입 끝을 집어올린다 자, 웃어야지, 살이 굳어버리기 전에 새벽 자갈치시장, 돼지머리들을 찜통에서 꺼내 진열대 위에 앉힌 주인은 부지런히 손을 놀려 웃는 표정을 만들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웃어야지, 김이 가시기 전에 몸에서 잘린 줄도 모르고 목구멍으로 피가 하염없이 흘러간 줄도 모르고 아침 햇살에 활짝 웃던 돼지머리들 그렇게 탐스럽게 웃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은 적당히 벌어진 입과 콧구멍 속에 만 원짜리 지폐를 쑤셔 넣지 않았으리라 하루에도 몇 번씩 진열대 위에 얹혀 있다는 생.. 더보기
푸른 달 하나,, 내 가슴에 '푸른 달'하나 떠 있을 때..... 조회(783) 이미지..,love. | 2007/10/08 (월) 15:07 추천(1) | 스크랩(1) 테마스토리 - 일상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 겠다 오늘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 하고 네가 내 오른뺨을 칠 때마다 왼뺨마저 치라고 하지는 못했으나 다시 또 배가 고파 허겁지겁 자장면을 사먹고 밤의 길을 걷는다 내가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이 너덕너덕 누더기가 되어 밤하늘에 걸려 있다 이제 막 솟기 시작한 별들이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 본다 나는 감히 푸른 별을 바라보지 못하고 내 머리위에 똥을 누고 멀리 사라지는 새들을 바라본다 검은 들녘엔 흰 기차가 소리없이 지나간다 내 그림자 마저 나를 버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어젯밤 쥐들이 갉아먹은 내.. 더보기
생텍쥐페리. 나도 "날고 싶다"라는 그 말..... 조회(605) 이미지..,love. | 2007/10/07 (일) 08:56 추천(0) | 스크랩(1) 테마스토리 - 일상 돌담 가까이 창가의 흰 빨래들 지붕 가까이 애기처럼 고이 잠든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 슬픔 옆에서 지겨운 기다림 사랑의 몸짓 옆에서 맴도는 저 세상 같은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 물결 위에서 바위덩이 위에서 사막 위에서 극으로 달리는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 온갖 한낮의 별빛 계곡을 횡단하면서 울고 있다. -천상병 시 '한낮의 별빛-새'모두 ------------------------------------------------------------------------------------------------.. 더보기
은지화. '銀紙畵' - 그릴수 없는 그리움과 행복까지도.... 조회(625) 이미지..,love. | 2007/10/06 (토) 08:07 추천(0) | 스크랩(1) 테마스토리 - 일상 서귀포 언덕 위 초가 한 채 귀퉁이 고방을 얻어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다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방보다는 차라리 관에 가까운 그 방에서 게와 조개를 잡아 먹으며 살았다 아이들이 해변에서 묻혀온 모래알이 버석거려도 밤이면 식구들의 살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조개껍대기처럼 입을 다물던 방, 게를 삶아 먹은 게 미안해 게를 그리는 아고리와 소라껍대기를 그릇 삼아 상을 차리는 발가락군이 서로의 몸을 끌어안던 석회질의 방, 방이 너무 좁아서 그들은 하늘로 가는 사다리를 높이 가질 수 있었다 꿈속에서나 그림 속에서 아이들.. 더보기
높고, 푸른 날에,, 하늘이 높고 푸르른 날에..... 조회(549) 이미지..,love. | 2007/10/05 (금) 12:12 추천(0) | 스크랩(1) 찬 가을 한 자락이 여기 환한 유리잔 뜨거운 물속에서 몸을 푼다 인적 드문 산길에 짧은 햇살 청아한 풀벌레 소리도 함께 녹아든다 언젠가 어느 별에서 만난 정결하고 선한 영혼이 오랜 세월 제 마음을 여며두었다가 고적한 밤 등불 아래 은은히 내 안으로 스며든다 고마운 일이다. -조향미 시 '국화차'모두 -------------------------------------------------------------------------------------------------------------- -옛날에 행복과 불행이 함께 살았다. 행복보다 힘이 센 불행은 행복을 보기만.. 더보기
손튼 와일더 - 우리마을. 맹인이 코끼리 만지 듯 살아가는 세월 속에..... 조회(596) 이미지..,love. | 2007/10/02 (화) 08:51 추천(1) | 스크랩(1) 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 분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 살배기가 뛰어내려 안기는 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 하나 내게로 걸어 올 것만 같다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자라서 서로의 삶을 맞바꾼 듯 마주보겠지 기다림 하나로도 깜박 지나가 버릴 生, 내가 늘 기다렸던 이 자리에 그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쯤 너무 멀리 나가버린 그의 썰물을 향해 떨어지는 꽃.. 더보기
산다는 건,,,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는데..... 조회(598) 이미지..,love. | 2007/09/30 (일) 16:07 추천(1) | 스크랩(1) 테마스토리 - 일상 개가 밥을 다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번 핥다가 그만둘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번을 더 핥는다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보았나 밥그릇의 밑바닥까지 먹어 보았나 개는 내가 먹다남긴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없이 다 먹었으나 나는 언제 개가 먹다 남긴 밥을 맛있게 먹어 보았나 개가 핥던 밥그릇을 나도 핥는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정호승 시 '밥그릇'모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