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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In the morning.






어느 벽보판 앞
현상수배범 전단지 사진 속에
내 얼굴이 있었다
안경을 끼고 입꼬리가 축 처진 게
영락없이 내 얼굴이었다
내가 무슨 대죄를 지어
나도 모르게 수배되고 있는지 몰라
벽보판 앞을 평생을 서성이다가
마침내 알았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죄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늙어버린 죄.


- 정호승 시 '어느 벽보판 앞에서' 모두





* 아침부터, 밤을 새워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새벽에 깨어나 간단히 세안을 하고 냉수를 한컵 가득 마십니다. 식도를 따라 내려가는 시원함에 미처 깨어나지 못한 세포 들이 하나, 둘 소스라쳐 깨어나는 듯한 상쾌함 입니다. 첫차를 타고 비와 더블어 출근을 합니다. 지하철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면서 음악의 볼륨을 조금 낮추어 봅니다. 내리는 비소리가 더 정겹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타자마자 자리에 앉았습니다. '럭키!' 군요. 어린애 같다는 생각에 미소 짓습니다.

매장에서 가볍게 식사를 하고 시사랑 회원들과 지인들에게 메세지를 한통씩 띄웠습니다. '전체'에 묻어서 받는 메세지가 반갑지 않다는 시우도 있지마는,, 따로 보내려하면 글이 써지지 않아 무시(?) 하기로 했답니다. ㅋ,,  대기업과 큰업체 쪽은 호황 이라는데,, 재래시장이이나 소상인들, 메이커 쪽은 모두 울상 입니다. 불경기 속에 장마에 휴가에,, 자금 계획을 세우기엔 변수가 계속 생깁니다. 이렇게 머리가 복잡할 때는 모두 접고, 음악의 볼륨을 높입니다. 조관우가 부르는 '빗물'을 듣습니다.

비가오면, 빗소리를 들으면 크고 넓게 넘실거리는 바다의 파도가 보고 싶고, 사막의 끝없이 푸르게 느껴지던, 검게까지 느껴지던 짙푸름이,, 끝없이 이어지던 사막의 절대적 고요나 침묵이 그리워 집니다. 삶에서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끼는 순간에 바다나 사막이 보고 싶어지는 것은,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함'을 몸으로 부댖끼고 싶기 때문입니다. 한치의 '틈'도 없는 그 존재감. 그 넘을수 없는 '벽'을 통해 내 존재를 직시하고 픈,,, 어느덧 음악은 베토벤의 열정소나타를 지나 챠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d장조, 좋아하는 사이먼과 가푼컬의 노래로 접어들었네요. 비가 많이오고 마음이 젖어도,, 미소를 잊지말고 좋은날 이길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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