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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홍매화가 피었네!

양산 통도사,, 홍매화가 피었다.






그해 겨울 유배 가던 당신이 잠시 바라본 홍매화
흙 있다고 물 있다고 아무데나 막 피는 게 아니라
전라도 구례 땅 화엄사 마당에만 핀다고 하는데
대웅전 비로자나불 봐야 뿌리를 내린다는데
나는 정말 아무데나 막 몸을 부린 것 같애
그때 당신이 한겨울 홍매화 가지 어루만지며 뭐라고 하셨는지
따뜻한 햇살 내린다고 단비 적신다고 아무데나 제 속내 보이지 않는다는데
꽃만 피었다 갈 뿐 열매 같은 것은 맺을 생각도 않는다는데
나는 정말 아무데나 내 알몸 다 보여주고 온 것 같애
매화 한 떨기가 알아 버린 육체의 경지를
나 이렇게 오래 더러워졌는데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같애
수많은 잎 매달고 언제까지 무성해지려는 나,
열매 맺지 않으려고 잎 나기도 전에 꽃부터 피워 올리는
홍매화 겨울나기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애.



- 최 영철 시 ‘홍매화 겨울나기’




* 양산 통도사에 가본지도 5~6년은 된거 같다. 투석을 하게 되면서 여행과는 거리를 두게 되었는데,, 지금은 잠시 지방으로 짧게 떠나도 환자들이 넘치고, 병원의 여러 사정으로 나 같은 중증환자는 ‘짧게 진료나 치료’를 받기도 힘든 시절이 되었다. 12월 부터 제주에서 동백꽃 소식에 이어 유채꽃 소식, 매화꽃 소식에 이어, 홍매화 까지,, 이제 곧 벗꽃도 길 따라 강 따라 하얗게 만개 하리라.

가볍게 배낭를 메고 떠나고 싶지만,나,  몸의 상태와 세상의돌아가는 ‘뽄세’가 거시기 하구나~ 다, 제껴두고 훌훌 떠나야 하는데 ,, 몸이 말을 들어 줄까나?!.., 심란한 이월의 주말,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