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스토리 - 일상
햇빛 화창한 날
종일 문밖을 나서지 않았다
방과 마룻바닥 해맑은 햇살 서너 뼘
창밖에 빛나는 나무 한그루
그 나무 잎새에 일렁이는 바람 그림자에
온 마음 바치기 위해서다
바깥엔 더 많은 햇살과 나무 바람이 있으나
너무 많은 것은 절실하지 않다
오늘 하루 오롯이 내 집을 방문하는
그 좋은 벗들 대접하려 다른 약속 물리쳤다
맑은 차 두어 잔 대접하며
주인도 손도 넉넉히 즐겼다.
-조향미 시 '벗'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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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에는 많은 비와 바람으로 피해가 많다는데,,, 폭풍전야의 고요함과 맑음인가?!.... 하늘은 맑고 푸르며 높다. 개인적으로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이것저것 뒤적여 읽다가 오래전에 스크랩해 놓은 "Three Days to See" 라는 옛날에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잡지에서 오려 놓은 글이 눈에 들어 왔다. "누구든 젊었을 때 며칠 만 이라도 청력이나 시력을 잃어 버리는 경험을 하는 것은 큰 축복 이라고 생각 합니다"로 생각하는 이 글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헬렌 켈러의 글 이다. 시각과 청각의 중복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의 본보기로 알려져 있지만 그녀는 휼륭한 문필가이기도 했다. 그녀는 '단 사흘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 하에 계획을 짠다. 방금 숲 속에서 산책하고 돌아 온 친구에게 무엇을 보았냐고 물었더니 "특별한 것을 못 봤어" 하고 답하더라면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되묻는다. "보지 못하는 나는 촉감만으로도 나무잎 하나하나의 섬세한 균형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봄이면 혹시 동면에서 깨어나는 자연의 첫 징조, 새순이라도 만져질까 살며시 나뭇가지를 쓰다듬어 봅니다. 재수가 좋으면 한껏 노래하는 새의 행복한 전율을 느끼기도 합니다. 때로는 손으로 느끼는 이 모든것을 눈으로 볼 수 있으면 하는 갈망에 사로잡힙니다. 촉감으로 그렇게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는데, 눈으로 보는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그래서 꼭 사흘 동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무엇이 제일 보고 싶은지를 생각해 봅니다. "
-"첫날은 친절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있게 해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이 읽어 준 것을 듣기만 했던, 내게 가장 깊숙한 수로를 전해준 책들을 보고 싶습니다. 오후에는 오랫동안 숲속을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보겠습니다. 찬란한 노을을 볼 수 있다면, 그날 밤 아마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할 겁니다. 둘째날에는 새벽에 일어나 밤이나 낮으로 변하는 기적의 시간들을 지켜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는 헬렌 켈러의 사흘간의 '환한세상 계획표'는 그 갈증과 열망이 너무나 절절하고 간절해 멀쩡히 두눈으로 세상을 보면서도 제대로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내게는,, 여전히 충격적이다. 이처럼 맑은하늘,, 솜털같은 흰구름,,, 가볍게 일렁이는 바람,,, 그 속에서 감사함을 느껴야 하리라. 삶에서,, 오후에는 비가 내리고 바람이 거세지며 태풍이 분다고 해도,, 다시 살아갈 새로운 날들이 있으며,, 느끼고 아퍼하며 자랄수 있는 생활이 있음은 감사해야 할 조건이리라. 나는 여전히,,, 세상에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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