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스토리 - 일상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 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 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 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 꽃.
-류시화 시 '패랭이꽃'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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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퉁이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 온전치 못한 동그라미가 있었다. 동그라미는 너무나 슬퍼서 잃어버린 조각을 찾기위해 길을 떠났다. 여행을 하며 동그라미는 노래를 불렀다. "나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고 있지요, 잃어버린 내 조각 어디 있나요. " 때로는 눈에 묻히고 때로는 비를 맞고 햇볕에 그을리며 이리저리 헤맸다. 그런데 한조각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빨리 구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힘겹게, 천천히 구르다가 멈춰서서 벌레와 대화도 나누고 , 길가에 핀 꽃 냄새도 맡았다. 어떤 때는 딱정벌레와 함께 구르기도 하고, 나비가 머리위에 내려앉기도 했다. 오랜 여행 끝에 드디어 몸에 꼭 맞는 조각을 만났다. 이제 완벽한 동그라미가 되어 이전보다 몇배나 빠르고 쉽게 구를 수 있었다. 그런데 떼굴떼굴 정신없이 구르다 보니 벌레와 얘기하기 위해 멈출 수가 없었다. 꽃 냄새도 맡을 수 없었고, 휙휙 지나가는 동그라미 위로 나비가 앉을 수도 없었다. "내 잃어버린 힉, 조각을 휙, 찾았지요. 힉!" 노래를 부르려고 했지만 너무 빨리 구르다 보니 숨이 차서 부를 수가 없었다. 한동안 가다가 동그라미는 구르기를 멈추고, 찾았던 조각을 살짝 내려 놓았다. 그리고 다시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몸으로 천천히 굴러가며 노래했다. "내 잃어버린 조각을 찾고 있지요....." 나비 한마리가 동그라미의 머리 위로 내려 앉았다.
-"My Missing Piece", Shel Siverstein,1592~1999.
-셸 실버스타인이 쓴 '잃어버린 조각' 이라는 동화이다. 다른 작가의 '내가 배워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라는 책도 머리를 끄덕이며 읽었었지만,, 세월의 때가 묻어 눈이, 마음이 흐려진 듯 느껴질 때,,, 동화를 다시 읽는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우리에게 유명한 동화를 쓰기도 했던 실버스타인은 '완벽함의 불편함'을 쉽게 설명 해 주고 있다. 9월을 넘기면서 여기저기에서 "시간이, 세월이 너무 빨리 간다" 는 소리를 하고 있다. 내게 주어진 '한정 된 시간',,,,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함은 당연 하지만, 조금은 가끔 멈추고 내 주위와 함께 해 느끼며, 사랑하며 살고싶다. 때론 초라하게 느껴져 슬플때도 있지만,,, 내 삶을, 내 인생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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