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붉은수염

푸르러, 서글픈 가을 하늘에,,,







하느님 감사합니다,
나에게 이토록 많은 근심을 주셔서

하늘은 넓고 갈 길은 막막한데
이토록 자잘한 근심들이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아침을 시작하여
무엇으로 밤을 마감할 수 있을까요
근심이야말로 분명한 행선지
삶의 공허 앞에 비석처럼 세워진
확실하고도 고마운 하나씩의 이정표

세상은 광막하고 시대는 혼란스러온데
나에겐 자잘한 근심들이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요,
취직걱정 건강걱정 자식걱정에 반찬걱정
주택부금 상호부금 월부책값에 세금걱정
연탄가스 주의보와 동파된 하수구 걱정,
시어머님 생활비와 친정아버지의 병원비와

이 조그만 근심들이 있어서
난 우주가 막막하게 텅빈 낯선 것이 아니고
쌀독처럼 친숙한 것이며,
밑도 끝도 없는 적막강산이 아니라
한없이 체온으로 정든
내 헌옷 샅은 생각이 들어요,
근심이야말로 정다운 여인숙
그것조차 없다면 삶은 정말 매달릴
것이 없는 백골산의 단애와 같아요

작고 미소한 근심들이여
너는 위대합니다,
너야말로 나를 삶에 꼭 매달리게 하는
지푸라기며,
허무의 양손이
우리 상처의 아가리를 끔찍하고도 냉혹하게

옆으로 찢어벌려
그 속으로 죽음 같은 극약을 부어넣으려고 할 때
넌 작지만 완강한 손끝으로
상처의 벌어진 틈을 재빨리 오무려주는
전천후의 자동단추와도 같습니다.
그리하여 우린 잽싸게 그 싶은 허무 속의
막막한 무서움을 잊어버리고
일심으로 근심에만 집착하면서
다시 살 길을 재촉합니다,
25시도 지난 지금
우리는 갈 곳도 없는데
하느님 감사합니다,
나에게 그토록 많은 근심을 주셔서
그 시간이 올 때까지
그 시간이 올 때까지
그 시간을 잊어버리도록
더 많고 자잘한 근심들을 주소서,
길 없는 길을 가기 위하여
문 없는 문을 열기 위하여.




  - 김승희 시 '근심을 주신 하느님께' 모두




- 지나고 나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당시에는,, 내 현재에는 커다랗고 난제처럼, 해결할 수 없는 무모함 처럼,, 인생을 압박 해 올 때가 있다. 지나고 보면 왜 그리도 잘못하고, 좀 더 잘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일들은 또 그렇게 많은지,,, 매일같이 후회하면서도 나는 또 일을 저지르고, 일을 진행하고, 수습하고 마무리하고 또 발전 시키며 종결하고,, 다시 또 비슷하지만 다른 유형의 일을, 사람을 만나며 다시 후회하고 깨닿고,, 또 다시 반복을 시작한다. 난 아직도 욕심이 너무 많다. 아직도 '사소함'으로 가슴 졸이고 아파하고,, 다시금 되새기며 또 다시 반복한다, 아직도, 아직도.....  젊은 날, 용돈을 한푼 두푼 모으고 도매상으로 발품을 팔아가며 모았던 LP 나 CD, 그리고 책들,, 아이들이 자라고 그에 맞춰 쓰이기도,, 유실 되기도 한다. 먼지를 뿌옇게 쓰고 구석에 놓여있는 LP의 먼지를 딱아내며 정리하다가 '소유' 한다는 것의 '덧없음'을 다시금 느낀다.

- 다시금 반성하게되는 내 '소유'의 마음,, 하나 하나 줄이고 정리하며 나누어 내 '삶의 짐'도 가볍게 나누어야 한다. 요즘, 제대로 먹지를 못하니,, 얼마나 내가 음식에 '소홀'했다 하는 것을 알았다. 잘 먹지 않는다는게 아니라 당연시하고, 귀하게 느끼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오늘 점심후에 산책을 삼아 크게 '한바퀴' 돌아 산책을 하는데, 뜨거웠던 오전의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졌다. 가을이 왔다, 내딛는 발걸음에도 힘이 실리는듯 하니,, 'STEP BY STEP' 서두루지 말고 꾸준히 일어설 일이다.







'붉은수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금씩.. 차 오르는 슬픔.  (2) 2009.09.06
'느글'거리는 속에 개운한 '그 놈'  (0) 2009.09.03
다시,, 산을 오르며....  (2) 2009.08.31
삶의 푸르른 기운,,,  (4) 2009.08.29
멀고도 가까운 일상의 것들,,  (4) 2009.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