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에 와보면
서울은 아름답다,
특히 괴테 인스티튜트에서 남대문 쪽으로
내려올 때 바라본
색스폰 소리를 내는 매연이 아름답다,
고 말한 것은 나의 본의가 아니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
캘커타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도중에서 쓴
그녀의 편지는 내 호주머니 속에 있다
나는 그걸 읽지도 않았다
나에게는 연못이 있다
석양을 받아 둘레의 나무들을 후끈후끈하게
도금(鍍金)시키는 연못이 나에겐 있다
나를 집어삼킨, 나의 필사적인 연못
그 연못에서 내가 너무 커졌다는 걸
서울의 옛 친구들이 느끼게 해준다
작아진 헌옷처럼 사람들을 버리고
나는 근심어린 얼굴로 나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새 내가 커져 버렸나?
나는 우울한 돌덩어리에 대해 생각한다
모든 돌은 끔찍하다,
고 내가 생각한 것은
그녀가 내 삶에서 빠져 나간 뒤
때로 내가
허공을 육체처럼 껴안는 버릇이 생기고 부터다.
-황지우 시 '낮에 나온 별자리'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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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만난 옛 친구는 시름을 털어놓기 위해 내려간 나 보다도 더 큰 시름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산다는게,, 마음 같지가 않아서 점심식사는 시키지도 않고 낚지볶음에 소주만 서로 따라주었다. 작은 유리잔을 맑게 채우는 소주는,, 이내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의 아품을 따스하게 바라보게 하였다. 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선 아침 길에는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뺨을 꽁꽁 얼어붙게 했었지,, 따스한 홍합탕의 국물로 몸을 녹이며 지나쳤던 너절한 일상의 아품을 이야기 했다. 2002년 이던가? 이곳의 친구의 개업식을 축하 하기 위해 왔다가 넘치는 인파에 한 카페에서 한국축구의 승전의 한 모습을 지켜보던 생각이 난다. 많지도 않은 시간속에,, 이렇듯 변화 하는게 인생사 인듯,,,
-친구의 직장 동료를 불러서 맥주를 한잔 더 시키고,, 진하게 커피를 한잔 마신다. 다소 지치는 우리의 인생사에서 사연이 왜 없겠는가 만은 옛것은 잊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더욱 필요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밖은 차갑게 바람에 떨며 사람들이 걸음을 빨리 하는데 아늑하고 다소 어두운 까페에는 파릇한 청춘의 아가씨 몇팀이 모여서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즐기고 있다. 문득, 젊은 시절의 '예랑'이나, '몽타즈'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우울하다. 화려하게 붉은 장미가 그려진 커피잔에는 씁쓸한 커피의 뒷맛 만이 남아있고,, 차를 내려줘 숙소로 돌아온 나에겐 다소의 몽롱한 숙취 만이 남겨졌다. 녹차를 우려내어 연거퍼 두잔을 마시고 조금은 흐트러진 책상을 정리하고 히터를 킨다. 오래간 만에 들어보는 라디오 프로에서는 낯설은 목소리만이 들리는데,, 음악은 들리지 않는다. 꺼칠해진 턱을 매만지다 바라본 앞산에는 아직도 흰눈의 잔설이 많이도 남아 있다. 아직도 겨울은 주위에 숨어서 내 뒷태를 노려보고 있는 듯...
-나는 잠이 든다, 넓고,깊게,, 때론 죽음보다도 더 깊게,,, 편안하게 때로 온몸을 뒤척이며,, 그곳은 따스한 평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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