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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거리

인간적인, 더욱 더 인간적인... "오 헨리"






그는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침에 어떤 아침에
그는 무언가를 보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 틀림없이
그가 옳았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침마다 똑같은 아침
그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는 
아무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다시 문을 닫는다
그래 틀림없이
그가 옳았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그는 두려웠다
그리고 그는 혼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다
그때 자기 앞에는
그 자신이 있을 뿐이란 것을

그는 알았다.



  -쟈끄 프로베르 시 '어떤 아침(Un beau matin)' 모두




                                                                       여수의 '향일암' 정상에서....




솔직히 음력설은 새해라는 느낌은 좀 덜하지만,,, 그래도 한민족 모두가 더블어 즐기는 명절이라 차례도 지내고 못보던 가족과 더블어 오래간만에 즐길 수 있어 즐거움이 더한다. 올해는 작년부터 이어오는 불경기로 모두 마음은 가볍지 않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근한 얼굴들은 그리운 마음을 갖게 한다. 해마다 연말이나 새해가 되면 왠지 춥고, 설레는 마음속에서 '따스함'을 찾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들추게 되는 책들이 '오 헨리(O Henry, 1862~1910)' 본명은 '월리엄 시드니 포터' 의 단편문학집 이다. 단 한편의 장편도 없이 300 여편의 단편만 남긴 오 헨리의 작품은 그마다 적절한 기발한 착상과 페이소스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에 압권은 글의 말미에 스토리의 반전을 꾀하여 예기치 않는 귀결을 맺는 구성의 묘미이다. 그의 작품은 무엇보다 인간 군상들의 '삶의 아이러니' 를 그리고 있는데, 그중에도 내가 꼽는 작품은 20년 후에 한명은 형사로, 또 한명은 수배되어 도망 다니는 범죄자로 만나는 두 친구의 이야기인 "20년 후" 와 긴머리를 잘라 남편의 시계줄을 산 아내와 아끼던 시계를 팔아 사랑하는 아내의 머리핀을 산 가난한 남편의 이야기인 "크리스마스 선물" 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오 헨리 작품의 백미는 내가 국민학교 3학년시절 처음 읽은 "마지막 잎새(The Last Leaf,1907)" 인데...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에 사는 화가 지망생 존시는 폐렴에 걸려 나날이 병이 깊어지지만 삶을 포기한 채 창밖 담쟁이의 잎만 세며 마지막 잎새가 떨어질 때 자신도 함께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친구 수는 존시의 살려는 의지를 돋궈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소용이 없다. 그들의 아래층에 사는 화가 베어맨 노인은 필생의 걸작을 꿈꿔 보지만 싸구려 광고물이나 그리며 근근히 살아간다.(...) 밤새도록 세찬 비와 사나운 바람이 불던 다음 날 아침 수가 창문을 열어보니, 벽돌 담벽에 담쟁이 잎새 하나가 그대로 붙어있다. 이틀째 마지막 잎새가 여전히 붙어 있자 존시는 생명을 포기 하려던 마음을 고쳐먹고 살려는 의지를 갖는다. 의사가 존시의 완쾌를 알려 주던 날, 수는 존시에게 그 마지막 잎새는 베어맨 노인이 비바람 몰아치던 밤 담장에 그려 놓은 것이였으며, 노인은 그날밤 얻은 폐렴으로 죽었다고 말해준다.  



나는 삶이 우울하거나 내 자신이 차갑게 느껴질 때에 오 헨리를 읽는다. 오 헨리의 단편 소설에는 방황하고, 깨어지고 쓰러지는 '인간의 영혼'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담겨있고, 슬프고 때로는 차갑게 느껴져도, 세상은 살 만한 것이라는 확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2009년의 새해를 맞으며 '희망'을 갖고 시작을 하지만 그것이 '역시'가 될지라도, 나 역시 "세상은 살 만한 것" 이라는 확신으로 힘차게 첫걸음을 걸어나갈 것이다, 변함없는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