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인가 모 심을 달에
충청도 어느 농촌을 지났다.
짙어가는 논둑에 황금부채붓꽃이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 있어
황실의 넉넉한 정원 같다
아주 마음이 편했다.
말끔히 논둑을 깍으면서
황금부채붓꽃만을 수북 수북히 남겨 둔
황실의 정원사는 보이지 않았다.
흥건히 괸 무논베미마다 가득한
저 황금부채붓꽃
황금 물결에 모를 심고
부요한 정원사의 황금부채붓꽃.
붓 붓 붓 붓......
-양채영시 '황금부채붓꽃'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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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바람의 몸짓으로
비가오면 비의 몸짓으로
이 세상에서 떠나지 않을 모양이다.
그는 누가 오시 든
끝없는 존경으로 허리 굽혀
이 지상의 참 얘기를 들려준다.
소리없이 작은 몸짓으로......
-양채영시 '풀'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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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바귀는 뿌리맛이 쓴 탓으로
사랑을 받는 풀이다.
이 나라의 그 쓴 입맛을
아무도 도적질해 갈 수는 없다.
옛날 옛적 이차돈은
흰피가 솟아 올랐다 해서
역사적 화제가 되었다
이땅의 깊고 깊은 곳에
쓰디 쓴 백피.
내 작은 꽃밭에 무는 꽃을 위해
잡초를 뽑아내는 일을
그만두기로 생각한 날
담 귀퉁이에 씀바귀 꽃이 피었다.
가늘고 긴 목이 바람에 하늘 거린다
버즘먹어 시집간 내 노오란 누이
저 가는 씀바귀 꽃대를 꺽으면
하얀 피가 솟아 오를 것이다
쓰디 쓴 뿌리 씀바귀 꽃.
-양채영시 '씀바귀 꽃'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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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의 블러그에 갔다가 " 독신?? 둘이 된 이후에 '외로움'을 자각하는 처절함이 싫어 "정당한 이유" 가 주어지는 외로움을 선택한 사람들..... solo" 라는 글에 공감이 매우가서 "그런 심오한 뜻이" 라는 댓글을 달고 왔다.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삶을 원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기에는 사람들의 마음의 여유가 아쉬운 요즘이다. 결혼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허지만 내가 깊이 공감하는 말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그러면 하고 후회하자."라는 말이다. 불확실한 세상, 사람이 사람을 믿기가 겁나고 많은 얘기들이 있지만 결혼은, 둘이 결합해 이루는 '가정'은 가장 편하고 따뜻함이 깃들일 확률이 제일 높다. 두 사람이 '사랑'으로 결혼 했다면,,,,, 결혼전에도 외로움이 있고, 결혼 후에도 외로움은 있다. 허지만 그 외로움도 부분적으로 나눌수 있음이 부부이고, 가족임에야.
-길고, 내용이 있는 시를 좋아하다가 요즘에는 짧고, 간결하지만 생활이 묻어나는 이런 시에 눈길이 간다. 때로 시간나는대로 자연에 눈길을 주며 피어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사한다. 둘러보면 이처럼 아름답고 환하고 고운데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논 조형물에 익숙해져 시멘트 건물속에만 묻혀서 지내니..... 때로는 노천이 아름답게 꾸며진 까페나 식당을 보면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지나치는 사람들과 풍경을 바라본다. 눈이 부신 햇살에 이마를 찡그리면서도 오월의 햇살은 첫사랑의 손길처럼 따사롭고 편안하다. 따사로운 손길에 안긴 채 불같이 뜨겁고 진한 커피를 한모금 넘기며 난 생각한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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