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육탁(肉鐸) 같다.
더 이상 칠 것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나도 한때 바닥을 친 뒤 바닥보다 더 깊고 어둔 바닥
을 만난 적이 있다.
육탁을 치는 힘으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바닥 치면서
알았다.
도다리 광어 우럭들도 바다가 다 제 세상이었던 때 있
었을 것이다.
내가 무덤 속 같은 검은 비닐봉지의 입을 열자
고기 눈 속으로 어판장 알전구 빛이 심해처럼 캄캄하
게 스며들었다.
아직도 바다 냄새 싱싱한,
공포 앞에서도 아니 죽어서도 닫을 수 없는 작고 둥근
창문
늘 열려 있어서 눈물 고일 시간도 없었으리라.
고이지 못한 그 시간들이 염분을 풀어 바닷물을 저토
록 짜게 만들었으리라.
누군가를 오래 기다린 사람의 집 창문도 저렇게 늘 열
려서 불빛을 흘릴 것이다.
지하도에서 역 대합실에서 칠 바닥도 없이 하얗게 소
금에 절이는 악몽을 꾸다 잠 깬
그의 작고 둥근 창문도 소금보다 눈부신 그 불빛 그리
워할 것이다.
집에 도착하면 캄캄한 방문을 열고
나보다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지부터 마중할 새끼들
같은, 새끼들 눈빛 같은,
- 배한봉 시 ‘육탁’모두
*여우난골, 2022
** 세상에서 ‘버티어 내기’가 힘겹다. 왠지 삶에서 초라하고 내가 싫어져 거울도 보기가 두려울 때,, 여행을 나서듯 가까운 암자라도 다녀온다. 믿음이 깊지 않아서 힘주며 기원을 드리진 못해도 몸을 숙이고 낮춰서 오체투지를 한다. 60을 갓 넌긴 주제에 왜 이리두 ‘죄’가 많을까…?! 스님께서는 전생의 ‘업’에 대해서 말씀 하시는데,, 비가 장마답게 억수로 내리던 날 병원침대에서 투석중에 치솟는 혈압 때문에 모두 누워 조용한데 홀로 침대에 등받이를 세워 앉아 턱을 괴며 고민을 한다.
스님들이 목탁을 두드리며 예불을 드리는데 모두가 일상적이지만 각기 다른, 염원이 담겨있다. 삶의 고해의 바다를 살아가는 유기체로서 나는 ‘육탁’이라도 때로는 크게, 때로는 잔잔하게 몸을 울리면서 최선을 다해 본다. 잘 갈무리 된 마음과 눈을 갖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내고 싶다.
왠지, 아픈 몸이 서글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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