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랑에 걸린 우울한 초상을 닮은 달
지는 햇살에 눈을 찡그린 오래된 사진의 표정을 닮은 달
몇 년 전에 똑같은 얘기를 나눈 것 같았는데
이 카페는 오늘 처음 와 본 곳이다
마주 보고 앉았지만 마주 대한 건 내심이었다
창밖으로 문득 내 뒷모습이 지나간 듯했다
우리는 지나온 날의 모든 순간을 닮아 있다고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했다
과연 공포를 닮았다는 건가
테이블마다 놓인 냅킨
한결같은 메뉴 모태가 같은 머그 컵
모두 비슷하길 마다하지 않는데 다르다면
처음부터 달랐다면
이란성 달이었을 것이다
서로 따로 바라보고 있는 착각 의 달
아이스크림엔 소금도 들어간대요 더 달라고
정말 달아져요 정반대 맛인데
단맛을 닮은 거겠죠
완벽히 달라야 닮아 갈 게 많은 거니까
커피에 비친 두 개의 달을
한 모금씩 삼킨다
조금 더 닮아 간다
-윤 의섭 시 ‘닮’모두
*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요, 민음사, 2019
* 사는게,, 항상 양면이 존재한다. 탄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기쁨이 있으면 또, 슬픔이 온다. 인생은 달콤하기도 하지만 씁쓸함을 몰고 오기도 하며, 사는게 내 뜻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이를 더하면서 인격의 수양이 덜 되어서 일까? 쉽게 분노하고 금방 망각하는... 단새포가 내 몸을 이루고 있다고 때론 생각한다.
무념무상 이나, 염화미소 ... 이런 것을 바라지도 않지만, 삶의 위선이란 가면은 놓아 버리고 싶다. 이순을 바라보아도 내 자신을 내려 놓기란 멀고 먼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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