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에서
-도끼가 내 목을 찍은 그 훨씬 전에 내 안에서 죽어간 즐거
운 아기를(장 주네)
골목에서 골목으로
저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詩人의 보람인 것을…….
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 순하기 마련인가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하다.
골목 어귀에서 서툰 걸음인 양
밤은 깊어 가는데
할머니 등 뒤에
고향의 뒷산이 솟고
그 산에는 철도 아닌 한겨울의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산 너머
쓸쓸한 성황당 꼭대기.
그 꼭대기 위에서
함박눈을 맞으며, 아기들이 놀고 있다.
아기들은 매우 즐거운 모양이다.
한없이 즐거운 모양이다.
* 비가오는 날은,, 왠지 술이 땡긴다. 건강 할 때에는 나름 단골 선술집이나, 작은 BAR,,일식집을 단골로 정하여, 그때, 그때의 주머니 사정과 분위기에 따라서 '한잔의 술'을 즐기던 날들은,,, 이제는 좋은추억으로만 남았다. 몸이 아파서 일주일에 3일은 새벽마다 병원에 4시간씩 누워있어야 하는 나에겐 술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 오늘은 그 길고긴 금주 끝에 순대국을 앞에다 놓고 진로 한병을 앞에 놓았다. 사는게 참으로 마음같지는 않다는 것을 몸으로 깨우친지는 오래전 일이지만,,, 어떻게 사람이 절제만 하며 살겠는가?!....
소주 3~4잔에 흐리멍텅하게 보이는 사물들,, 오랜시간만에 마시는 술 한잔은,, 시인의 표현대로 "장엄하다." 태풍이 와서인지 제법 굵게 내리는 빗줄기는, 이로인해 다소 한가한 순대국집의 분위기를 제법 돋구고 있다. 다데기 양념장 2수푼에 새우젓양념 반수픈, 들깨가루 3스픈,, 얼마전에 추가 반찬으로 추가된 오징어 젓갈에 양파와 마늘 조각과 된장 한종지. 7잔이 나오는 소주 한병을 한시간에 걸쳐서 천천히 '음미'한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은 병원에서 후회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이시간은 즐겁고 만족하다. 그것으로 된것이다. 마눌님이 알면 쫒겨날 일이지만,,, 이 시간이 좋다.
한병을 채, 다 비우지 못했지만,,, 시인의 시처럼 눈이 내리면 좋겠지만,, 비면 어떠리, 한없이 즐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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