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생.., 70을 갓 넘기신 어머니는 내 인생에 하나의 낳지않은 상처이다. 공무원인 아버
지에게 시집와서 젊은시절 풍족하게 생활하신 어머니는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친구들의 빚
보증으로 집안이 쓰러졌을때, TV나 드라마에 나오는 어머니들 처럼 잘 이겨 내진 못하셨다.
어릴때의 기억속에 수없이 찾아오던 빚장이들.., 먹고 살길을 찾기위해 여기, 저기 찿아 다
니시며 그전에 베풀었던 친척들에게 하소연 하시던 아픈모습..,국민학교 저학년 이던 나는
영문도 모른채 여기 저기 어머니 손에 이끌려 다니며 '여러모습들'을 보았고 흐릿한 아품 속
에 '애어른'으로 성장했다.
자식을 사랑의 대상이기 보다 자랑의 존재로만 여기셨던 어머니. 두번째 심장판막 수술후
한동안 왼쪽이 마비되여 병원에서 고생하시며 그 세던 고집도 많이 누그려 지셨다. 이제는
아버지의 보호막도 사라지고, 황혼을 보시며 나이를 절감 하신듯.., 지난 주일 임실에 계신
아버지의 무덤에 엎드려 흐느끼시던 모습에서 .., 이제는 어머니를 받아 들이기로 했다. 하
나, 하나 나열하던 어머니와 나와의 벽들.., 모두 허믈어 버렸다. 따사롭게 비치던 가을 햇살
속에, 좋아 하시는 옛날짜장을 드시며 미소짓는 주름진 미소에서 .., 눈물이 흐른다. 자식이
부모를 미워하며 산다는것은 얼마나 아픈것인지..,
어머니, 이젠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더욱 열심히 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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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네들만 모여 앉은 오후 세시의 탑골공원
공중변소에 들어서다 클클, 먼지를 새악시 처럼 바르고있는
할마시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밀며 클클,
머리를 매만져 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여 - 징그러바서,
높은 음표로 경쾌하게 날아가는 징. 그 .러. 바. 서.
거죽이 해진 분첩을 열어 코티분을 꼭꼭 찍어 바른다
봄날 오후 세시 탑골공원이
꽃잎을 찍어놓고 젖은 유리창에 어롱어룽, 젊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
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
바람난 어여쁜, 엄마가 보고싶다.
-김선우시 '봄날 오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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