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렸다.
퇴근길에도시락 가방을 들고 눈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렸다.
눈송이들은 저마다 기차가 되여 남쪽으로 떠나가고
나는 아무데도 떠날때가 없어 나의 기차에서 내려 길을 걸었다.
눈은 계속 내렸다.
커피 전문점에들려 커피를 들고 담배를 피웠으나 배가 고팠다.
삶 전문점에 들려 생생라면을 사먹고 전화를 걸었으나 배가 고팠다.
삶의 형식에는 기여이 참여하지 않아야 옳았던 것일까
나는 아직도 그 누구의 발한번 씻어주지 못하고
세상에 기댈 어깨 한번 되어주지 못하고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일이 더 어려워
삶 전문점 창가에 앉아 눈내리는 거리를 바라본다.
청포장사하던 어머니가 치맛단을 끌고 황급히 돌아선다.
누가 죽은 춘란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돌아선다.
멀리 첫눈을 뒤집어 쓰고 바다에 빠지는 나의 기차가 보인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다.
눈은 그쳤다가 눈물버섯처럼 또 내리고
나는 또다시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린다.
-정호승시 '첫눈'전문
---------------------------------------------------------------------------------
퇴근길에 항시 쳐다만 보았던 작은 오뎅바에 들어서 보았다. 확 끼치는 생선 비린내와 탄
내음.., 잘못 들어 왔구나 하는 마음과 젊은 30대초의 젊은 주인의 "어서오세요!" 하는 반기는
소리에 그냥 주저 앉았다.실내에는 틀어논 TV의 개그프로, 이나간 물잔에 온기 없는 안주,
따근하지 않은 데운 정종.., 자리를 일어나 집으로 향하며 이 가을, 낙엽이 이제 하나, 둘 지
는데, 나는 첫눈을 기다린다. 아파트 단지의 산책로를 따라 많은 이들이 오고 간다. 하늘은
어둡고 깊게 검고, 바람은 제법 쌀쌀하다. 부르르 떨리는 핸드폰 진동, 아이가 상을 받아 오
늘 저녁은 대하구이 라나, 후후 오늘은 생선 비린내에서 벗어날수 없을듯,, 피곤이 밀려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