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이 성수를 뿌리고
마지막으로 내게 작별의 말을 하게 하자
아내가 먼저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여보, 사랑해요
나는 쿡 웃음이 나왔다
사랑은 하되 사랑에 얽매이지 말라고
사랑은 사랑하는 이의 부족함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언젠가 주일미사 때 신부님이 말씀하실 때에도
웃음이 나왔는데
나는 왜 인간의 입에서
사랑이라는 말만 나오면 웃음이 나오는 것일까
아빠, 죄송해요 열심히 살게요
아들은 눈물부터 먼저 떨구었다
나도 눈물이 나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 순간
누가 관 뚜껑을 덮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내관을 톡톡 두드려보았다
관을 두드렸을 때 나는 소리의 맑고 흐림에 따라
그 사람의 일생을 평가할 수 있다는 말씀이 떠올라
어둠속에서
톡톡 내 관을 두드려보았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푸른 솔바람 소리나 노을지는 강가를 거니는
물새의 발소리가 들릴 줄 알았으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두드려도
-정호승시 '입관실에서'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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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일이 잘풀리고 주위의 인정을 받을때, 주위에 넉넉하고 다가오는 이들에게 잘하기 나름이다. 인생사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안좋은 일도, 좋은 일도 번갈아 닥친다.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자세도 사람수 만큼 다양하여 세상사 모든 문제가 여기서 시작된다.
-요즘은 '가까운 사람들'을 자세히 보고 생각한다. 내 아내부터, 두딸, 내 가족, 친지들, 친구들, 사업상 아는 이웃들... 생각해 보면 동료나 이웃보다 가족으로부터, 아내나 딸들로 부터 받는 상처도 만만치 않다. 피붙이라, 내 동료라 생각과는 딴판으로 무심코 비수를 던지는 언어에 우리는 남모르게 피흘리고 신음한다. 하물며 가족이 던지는 냉정한 한마디는 오랜 데미지로 남는다,,
-나는 "사랑"이란 말을 잘하지 않는다. 왠지 이 단어는 감정이 묻어나지도 않으면서 쓰면 내 자신에게 상처로 되돌아 올듯하여 가까운 사람들에게 잘쓰지 않는다. 인자무적이라 했는데,, 이런 사람은 정신빠진 사람 취급받는 세상, 상처가 많은자 세상을 껴안을수 있을까,,? 세상은 자신의 이익에 맞쳐 돌아가고 나또한 삶속에 웃고 울며, 분노하고 세상을 산다. 때로는 정신없이 지나치는 일상속에 주위를 되돌아 보지 못하고 크고 작은 상처를 주고 받는다.
-2005년. 연말이 다가온다. 올해는 연말을 따스함으로 안기에는 주위의 상황이 너무 적막하다. 허나 범부인 나는 내 나름대로 송구영신 하리라. 지나간 일은 잊자 새 삶을 생각하자 그리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따스하게 안을수 있도록 기도하며 노력하자 "사랑한다"라는 말에 웃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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