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뾰족 구두로 똑, 똑 소리 나게 걸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신발 굽이 낮아진다
그저 높낮이 없이 바닥이 평평하고
언제 끌고 나가도 군말 없이 따라 오는
편안한 신발이 좋다.
내가 콕,콕 땅을 후비며 걸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헤지게 했는지
또닥거리며 걸었을 때,
또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가슴 저리게 울렸을지
굽을 낮추면서 알겠다.
신발이 닳아 저절로 익숙해진 낮은 굽은
굽 높은 신발이 얼마나 끄덕 거리면서
흔들흔들 살아가는지 말해준다.
이제 나는
온들 간들 소리 없고 발자국도 남기지 않는
햐얀 고무신이고 싶다.
어쩌다 작은 발이 잠깐 다녀올 때 쏘옥 신을 수 있고
큰 발이 꺾어 신어도 이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나는 굽이 없는 신발이다.
- 문차숙 시 '나는 굽 없는 신발이다' 모두
2010 문학예술사
* 일본의 고시 귀절 이던가?! " 잘난 친구들을 만나고 꽃을 사들과 와 아내와 즐기다" 하는 귀절.... 요즈음의 복잡다난하고 안팎으로 꼬이는 모양새를 가만히 놓고서 바라보니,, 내 마음에 욕심이 앞섰고 남 보다는 내 자신의 편함과 만족을 구한것 같아 새삼 반성이 된다. '여기까지'... 힘겹게 왔고 되돌릴 수는 없다. 60 이라는 숫자,, 앞에 서니 지식이나 체면은 없다 하는 생각. 오직 가슴으로 안을 수 있는 마음과 지혜가 필요하다.
때로는,, 파괴본능에 시달린다. 그러지 말자고 하면서도,, 순간, 순간에 모든걸 접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싶다. '현재의 나'의 모습이 어쩔수 없다고 인정을 하면서도 때로,,, 심하게 '나의 존재'를 부정하며 파괴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수없는 자기부정과 자기긍정... 언제나 자신과 처절하게 싸우면서도 한번이라도 완벽하게 자신에게 패배하거나 승리함을 인정 못하니,, 새삼 이 처럼 허망한 놀이가 없음을 절감하는 세월이다. 하루 하루... 치열하게 산다는 것은 온전히 자신을 인정하고 나를 안을 수 있어야 하는데...
조금 더 '사물'을 편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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