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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잠들 때

간격.

   








하늘처럼 맑은 사람이 되고 싶다
햇살같이 가벼운 몸으로
맑은 하늘을 거닐며
바람처럼 살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흔적없이 사라질 수 있는
바람의 뒷모습이고 싶다

하늘을 보며, 땅을 보며
그리고 살고 싶다
길 위에 떠 있는 하늘, 어디엔가
그리운 얼굴이 숨어 있다
깃털처럼 가볍게 만나는
신의 모습이
인간의 소리들로 지쳐 있다

불기둥과 구름기둥을 앞세우고
알타이 산맥을 넘어
약속의 땅에 동굴을 파던 때부터
끈질기게 이어오던 사랑의 땅
눈물의 땅에서, 이제는
바다처럼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고 싶다
맑은 눈으로 이 땅을 지켜야지



- 서정윤 시 '소망의시1' 모두


 



* 오래전에 읽은 책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한 소년이 버스를 탔는데 뒷자석만 자리가 남아 뒷자리에 앉았다. 잠시후에 한 젊은 스님이 버스에 올라 앉았고, 몇정거장 지난 후에 또 한수녀님이 버스에 올라 뒷좌석에 앉으셨다. 조금의 간격을 두고 두분이 나란히 앉으셨는데,, 조용히 목례를 나누고 어느곳에 계시냐고 묻고 나누는 일상의 이야기가 이상하게도 종교가 다르고 성이 다른데도 하나도 어색하거나 쑥스럽지 않고 정답고 친근하여, 두분들이 나누시는 말씀이 두분이 나란히 앉으신 자리의 빈자리에 따스히 쌓여서 그 빈자리가 따스한 그 '무엇'으로 채워져 빈자리의 '간격'을 느낄 수 없었다는,,, 그 소년은 커서 스님이 되었다. 살면서 깨닿는 하나는,,, 나이를 먹으니 그 삶의 '간격'에서 다소 자유로와 진다는 것이다. 나 보다 더 어르신 이거나 나이가 어린 학생이거나 어린아이 이거나,,, 그 '대 하는' 간격에 어색함이 사라진다. 본래 사람의 본성이 이런 것이어야 하리라,  세상속에 살아가는 무수한 사람들,,, 그리고 여러곳에서 만나는 독특한 향취와 삶의 모습들. 살다보니 어느 한곳, 한 사람이 아닌 전체의 어우러짐이 보석이고 삶의 해답인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쩌면 산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해답을 얻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삶의 화두에 대한 질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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