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無渡河 (공무도하) 님 물 건너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님 그예 물 건너시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물 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何 (당내공하) 가신임 어이할꼬.
- 公無渡河歌, 조선, 麗玉
"공후인은 조선(朝鮮)의 진졸(津卒) 곽리자고(涇里子高)의 아내 여옥(麗玉)이 지은 것이다. 자고(子高)가 새벽에 일어나 배를 저어 가는데 머리가 흰 미친 사람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호리병을 들고 어지러이 물을 건너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뒤쫓아 외치며 막았으나 다다르기도 전에 그 사람은 결국 물에 빠져 죽었다. 이에 그의 아내는 공후(謙隸)를 타며 ‘공무도하(公無渡河)’의 노래를 지으니 그 소리는 심히 구슬펐다 그의 아내는 노래가 끝나자 스스로 몸을 물에 던져 죽었다. 자고가 돌아와 아내 여옥(麗玉)에게 그 광경을 이야기하고 노래를 들려주니 여옥이 슬퍼하며 곧 공후로 그 소리를 본받아 타니 듣는 자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여옥은 그 소리를 이웃 여자 여용(麗容)에게 전하니 일컬어 공후인이라. "
김훈의 신작소설 '공무도하(公無渡河)'를 쓸쓸하게 읽었다. "님아 강을 건너지 말랬어도 기어이 건너다 빠져 죽으니 어찌하랴 님을 어찌하랴" 하는,, 고조선의 시가 '公無渡河歌'를 강건너 피안의 세계로 가자는 것이 아닌 양육강식의 더러운 세계를 함께 살아가자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선명한 작품이다. 일간지 사건기자와 그 주변의 인물들을 등장시킨 소설에서 '해망(海望)' 이라는 허구의 지명을 무대 삼아 오늘의 한국사회를 반영한다. 새만금 간척, 매향리 미군폭격 훈련장, 미군 장갑차 사건, 다문화 가정등,,, 우리시대의 다양한 사건들을 응축 시킨다.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인간은 비루하고 더러우며 치사하고,, 더럽다. 하지만 이것이 당면하는 인간이다. 그러한 인간의 삶과 슬픔속에서,, 그러나 희망을 찾는다. 김훈이 그려내는 '海望'은 '바다를 바라보는 곳' 이면서,, 피안(彼岸)을 바라보면서 차안(此岸)을 그려낸다.
작가는 후에 '인간이 겪은 시간전체를 살아가는 생활인'으로 <삼국유사>를 남긴 일연(一然)을 지목 하면서 " 일연은 부서질 수 없고 불에탈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썼다. 이것이 당대의 야만에 맞서는 그의 싸움 이였다." 라고 규정했다. 김훈은 "나는 나와 이 세계에 얽힌 모든 관계를 혐오한다" 고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 거친 자의식을 쏟아 낸 것을 후회하고 있다, 사실은 강 건너로 가지 못하는 고통을 그린 것' 이라며 끝내는 실토하고 있다. 나이를 조금씩 더하니,, 老人들이 침묵하는 이유를 알겠다. 세상을 조금 살아보니,, 그 답이 어느정도 보인다는 것인데, 우리의 삶은 그 하루하루 반복되고 끊임없이 모순되는 일상에서 '희망'을 찾아가는데 해답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은 실제로 참... 쓸쓸하다! 우리의 현실이 대부분 앞을 나아가려 하면서도 나아가지 못하고 같은 자리에서 답답하게도 거듭하여 넘어지는,,, 그 모습이 '내 모습' 이다. 하지만 내가 인간이고 살아서 움직인다면,, 이 강가에서, 현실에서 강 건너 피안(彼岸)에 가지 못하는 이 고통을 온몸으로 부대끼며 살아내야 하겠지....
- 이 현승 시인의 '공무도하가'를 덧 붙인다.
건너지 못할 것은 다 강이라는 생각,
그러므로 지천으로 널린 것이 강이다
하품하다 흘린 눈물처럼, 슬픔이란
미천한 내가
미천한 그대의 눈동자를 마주할 때
보이지 않게 흐르는 강
울컥 물비린내가 나는 강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하면서도
어쩐지 실패했다는 느낌
나는 헤어질 준비를 다 끝낸 사람처럼
자꾸 허탈하다 그러므로
최대한 밀착된 거리에서 만나고 있다는 거
그건 어쩜 그대를 볼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하여 기꺼이 나는 방종했다는 걸
거리에서 만나는 저 사내
거주지불명의 저 사내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알았다
앞을 보면서 그러나 아무 것도 보지 않는
그 눈빛 앞에서 나는 변방의 곽리자고처럼
또 백수광부의 처처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대로변에 앉아 소주를 마시는 사내여
소주를 마시며 행려도 벗어놓고 구걸도 벗어놓고
사내는 길 건너를 망연히 보고 있다
노상에서 노천에서
끝없이 이어진 사내의 행려가
지금 사내를 내려놓으려는듯
강심으로 걸어 들어가려는 사람처럼
가지런히 신발을 벗었다
길 건너에 있는 사내
강 건너에 있는 사내
물수제비처럼 물에 잠길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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