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가까이도 말며
말하지도 말라며
신은 인간에게 채찍 대신 마스크를 나눠주었다
사랑하지 말라는 의미였을까
입을 가만히 두라는 뜻이었을까
소리를 들리게 하지도 말며
소리를 내지도 말라며
사람들을 향해 사람들은 두번째 손가락을 세웠다
서로 얼굴을 비벼도 안 되고
국경은 넘으면 안 되고
잔재미들을 치워놓으라 했다
나눠 먹을 수 없으니 혼자 먹을 쌀을 씻었다
서로 떨어져 있으라는 신호에 재조립해야 하는 건 사랑이었다
마스크 안에서는 동물의 냄새가 났다
어떤 신호 같은 것으로 체한 사람들이
집 바깥으로 나가기를 참아야 했던 시절
몇백 년에 한 번
사랑에 대하여 생각하라고
신이 인간의 입을 막아왔다
계절이 사라진 그해에는 일제히 칠흑 속에 꽃이 피었다
공기에 공기를 섞어봤자 시절은 시들어갔다
사람들은 자신이 쓴 마스크를 태우면서 혀를 씻었다
마음의 손님들을 생각하다 손님들을 다 돌려보내고
창밖으로 펼쳐진
텅 빈 세기(世紀)의 뒷모습을 기록하려 애썼다
친구에게 부쳐도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는 국제엽서는 처음이었다
- 이병률 시 ‘숨’모두
* 코로나19 로 인해서 언제 부터인지 모르게, 일기장 후미에 코로나 환자의 숫자를 적어 놓는 습관이 생겼다. 3월 들어서 344명으로 시작해 12일에 490명 다시 14, 15일 382, 363명으로 떨어지다가 다시 469, 465, 463 명으로 기록되고 있다.
97년 IMF 때도 그러했지만,, 많은 개인사업자들이 무너져가고 있다. IMF때는 개인의 용량에 따라 이겨낸 사람도 많았지만,,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질병으로 인한 재해에는 개인의 힘으로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백화점, 대영마트, 큰시장, 큰 몫의 상권도 텅텅비어 생활의 유지가 ‘막막’하여 그야말로 어떤 ‘힘’을 쏳아도 속수무책인 시절이 계속 되었다.
날씨가 풀리고 꽃들이 피어나자, 백신접종도 시작하여 나름대로 ‘희망’을 가져보지만,, 보이는대로 ‘코로나곡선’은 아직도 NO라고 우리에게 표시한다. 나름대로 1년이 넘는 세월을 코로나시국에 살다보니,, 모든면에서 ‘나 자신’을 냉정히 생각해 볼수 있는 시간이 많이 주어졌다. 내 삶과 생활에서 겉가지를 쳐내고, 모서리도 깍아내고 내 자존심과 겉치례도 비워내니,, 좀 단촐하지만 가벼워진, 다소 편안해진 나를 만나게 되었다.
삶의 욕심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나를 느끼자, 일주일에 3번씩 하는 새벽투석도 조금 더 쉽게 받아들여지니,, 감사한 일이다. 언제 백신을 맞을지 몰라도 그때에는 조금 더 생업에 신경을 쓸 수 있겠지... 꽃들이 피어나고 세상이 좀 더 환하게 느껴지자,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 벗어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최선을 다해 하루 하루를 살자. 하는 단순한 결심을 한다.
이처럼 환한 계절에 나도 환하게 웃고 싶다. 봄이지 않은가! 나도 꽃 처럼 환하게 다시 피어나고 싶다면 주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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