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예뻤을 때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거리들은 와르르 무너져내리고
街々はがらがらと崩れていって
난데없는 곳에서
とんでもないところから
푸른 하늘 같은 게 보이곤 했다.
靑空なんかが見えたりした
내가 제일 예뻤을 때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주위 사람들이 숱하게 죽었다.
まわりの人達が沢山死んだ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工場で 海で 名もない島で
나는 멋을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わたしはおしゃれのきっかけを落としてしまった
내가 제일 예뻤을 때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누구도 정다운 선물을 바쳐주지는 않았다.
誰もやさしい贈り物を捧げてはくれなかった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엔 알지 못했고
男たちは挙手の礼しか知らなくて
서늘한 눈길만을 남기고 죄다 떠나버렸다.
きれいな眼差だけを残し皆(みな)発っていった
내가 제일 예뻤을 때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내 머리는 텅 비어 있었고
わたしの頭はからっぽで
내 마음은 굳어 있으며
わたしの心はかたくなで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手足ばかりが栗色に光った
내가 제일 예뻤을 때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우리나라는 전쟁에 졌다.
わたしの国は戰爭で負けた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을까
そんな馬鹿なことってあるものか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붙이고 비굴한 거리를 활보했다.
ブラウスの腕をまくり卑屈な町をのし步いた
내가 제일 예뻤을 때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라디오에선 재즈가 넘쳤다.
ラジオからはジャズが溢れた
금연을 깨뜨렸을 때처럼 어쩔 어찔 하면서
禁煙を破ったときのようにくらくらしながら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탐했다.
わたしは異国の甘い音楽をむさぼった
내가 제일 예뻤을 때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나는 너무나 불행했고
わたしはとてもふしあわせ
나는 너무나 안절부절
わたしはとてもとんちんかん
나는 더없이 외로웠다.
わたしはめっぽうさびしかった
그래서 결심했다. 될 수만 있다면 오래 살기로
だから決めた できれば長生きすることに
나이 먹고 지독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年とってから凄く美しい絵を描いた
프랑스의 루어 영감님처럼 말이지.
フランスのルオ-爺さんのように ね
- *이바라기 노리코(茨木のり子)시
’내가 제일 예뻤을 때‘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모두.
*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茨木のり子·1926~2006)는 오사카 출신 의사인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유년 시절, 교토와 아이치(愛知)현 등지에서 성장했다. 1945년 일본 패전 당시 19세에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제국주의에 대한 반발과 전쟁의 비극을 응시한 글을 주로 썼다.
그는 식민지 청년 윤동주(尹東柱·1917~1945)의 청아하고 맑은 모습에 반했다고 전한다. 그 후 일본어로 번역된 윤동주의 시를 찾아 읽었다. 훗날 노리코는 저서 《하나의 줄기 위에》에서 윤동주를 이렇게 기억했다.“1945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7세의 나이로 옥사(獄死)한 사람. 옥사의 진상도 의문이 많다. 일본의 젊은 간수는 윤동주가 사망 당시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고 했다.” 이바라키는 전쟁과 제국주의에 반발하는 시를 썼고,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시를 접하다 윤동주의 사진을 보게 됐다. 말 그대로 윤동주에게 첫눈에 반한 이바라키는 그의 시를 읽고는 더욱 깊이 빠져버렸다.
이바라키의 수필 ‘한글로의 여행’에서 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한 편집자가 보게 됐고 이를 교과서에 넣을 것을 제안했으나 대표적 항일 민족시인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이바라키는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1990년 윤동주의 시를 담은 수필이 일본 교과서에 실리게 되었다.
윤동주의 작품과 인생은 물론 한국 문학을 알리는 일을 계속한 이바라키는 “윤동주 시인이 대학생일 때 저는 여고생이었을 것이었다. 실제로 만났으면 오빠라고 불렀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바라키 노리코 시인은 윤동주 시 3편을 일본의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어 한국에도 잘 알려졌다. 우연히 윤동주의 시를 읽고 그 맑고 청결한 시풍에 감동을 받아 한글 공부에 정진하여 <한글로의 여행> 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글을 한국인보다 더 사랑한 일본인으로 유명하며 의식을 가진 저항과 반전의 문학인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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