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퇴근을 한다
이제 정년퇴직이 다가오는데
마무리가 잘 되지 않는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아간다고
선배님들은 말씀하셨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갈 것이다
조직의 그물은 단단할 것이다
가끔은
남대천 청둥오리가 자맥질을 하는 강변을 따라
바다까지 이어진 둑길을 걷고
퀸의 노래나 들으며 빈둥거려볼까
천천히 저무는 하루
오롯한 나의 하루가 기다려진다
버릇처럼 그리운 것을
찾아봐야겠다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
* 정영욱 에세이집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를 차용
- 이 순남 시 ‘초승달을 머리에 꽂고 오는 저녘’ 모두
(버릇처럼 그리운 것, 달아실, 2021)
** 코로나 초기에서 부터 실날같이 제기되어 왔던 ‘투석환자의 코로나 확진’ 이후의 정부나 지방단체의 대응방법이 이제야 조금씩 표면화(?) 되고 있어 투석인의 한사람으로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올해 1월 1일 824명으로 기록되고 12월의 중순을 넘기며 12/14 화요일 현재 7850 명 이란 숫자에, ‘오미크론’이라는 복병을 더하며,, 그간 수많은 투석인의 염원을 외면하고 2021년의 끝자락에서도 절망스러운 의료 시스템에 이제는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해마다 연말이면 한해를 되돌아 보며 삶의 공과에 더하여 새해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희망을 노래해야 하는데,, 투석환자의 한사람으로서 코로나감염의 두려움 때문에 부스터샷도 11/3 일, 애기가 나오자마자 예약하여 접종했고,, 피패해진 사업도 아직은 접을 수 없기에 투석을 하지 않는 날은 새벽 5시에 출근하여 오후 4:30 분 비교적 ‘한가한(?)’ 시간에 퇴근하며 나름 사람들과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 1만명을 바라보는, 무섭게 번저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의 모습에 스스로를 조금 더 ‘안전한 위치’에 놓기위해 연말을 몇일 앞둔 시점에,, 일시적(?!)으로 손을 놓는다.
먹고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없지만, 코로나 시대에는 그 뼈 아픔에 가슴이 시리다. 하루 하루 다가오는 조용한 절망이 숨을 막히게 하는 시기지만,, 아직은 ‘슬픔’을 적고 싶지는 않다.
1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황 동규 시 ‘즐거운 편지’모두
- 서서히 일상에서 잠식하는 어려움과 고통속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조용한 절망의 삶을 거부 한다고 믿는다. 새해에는 더욱 더 밝은 삶의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 모두들,, 화. 이. 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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