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PARIS AT NIGHT, 파리의 밤/ 자끄 프로베르. Trois allumettes une à une allumées dans la nuit 어둠 속에서 하나씩 세개의 성냥에 불을 붙인다. La premiére pour voir ton visage tout entier 첫번째는 너의 얼굴 전부를 보기 위해서 La seconde pour voir tes yeux 두번째는 너의 두 눈을 보기 위해서 La dernière pour voir ta bouche 마지막 성냥은 너의 입술을 보기 위해서 Et l'obscuritè tout entière pour me rappeler tout cela 그런 후의 완전한 어둠은 En te serrant dans mes bras. 너를 내 품에 안고 그 모든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 - Jacques Prevert,‘Paris.. 더보기 일상속의 ‘무지개‘를 쫒아,, - 최 정례 시. 꽝꽝나무야 꽝꽝나무 어린 가지야 나를 엄마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날 여보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어린 가지야 꽝꽝나무야 나에게 물어줄 수 있겠니? 여보, 밥 먹었어? 엄마, 밥 먹었어? 라고 그럼 나 대답할 수 있겠다 꽝꽝나무야 나 밥 먹었다 국에 밥 말아서 김치하고 잘 먹었다 - 최 정례 시 ‘밥 먹었냐고‘ [햇빛 속의 호랑이],세계사, 1998. 신발을 나란히 벗어놓으면 한 짝은 엎어져 딴생각을 한다 별들의 뒤에서 어둠을 지키다 번쩍 스쳐 지나는 번개처럼 축제의 유리잔 부딪치다 가느다란 실금 엉뚱한 곳으로 방향을 트는 것처럼 여행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하고 짐을 싸고 나면 병이 나거나 여권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가기 싫은 마음이 가고 싶은 마음을 끌어안고서 태풍이 온다 태풍이 오고야 만다. 고요하게 .. 더보기 유명하나 전혀 유명하지 않은, 이중적인 삶과 시 - 고은 시. 기원전 이천 년쯤의 수메르 서사시'길가메시'에는 주인공께서 불사의 비결을 찾아 나서서 사자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하늘에서 내려온 터무니없는 황소도 때려잡고 땅끝까지 가고 갔는데 그 땽끝에 하필이면 선술집 하나 있다니! 그 선술집 주모 씨두리 가라사대 손님 술이나 한잔 드셔라오 비결은 무슨 비결 술이나 하잔 더 드시굴랑 돌아가셔라오 정작 그땅끝에서 바다는 아령칙하게 시작하고 있었다 어쩌나 - 고은 시 ‘선술집’ 모두 * [허공], 창비, 2008. 칼집에서 칼을 뽑았다 칼날이 포릉포릉 울었다 흐르는 물이 마침 있어주었다 천행인바 네가 풀다발이 아니라 네가 가여운 암노루 모가지가 아니라 물인 것 아비의 적이 아니라 흐르는 물인 것 너! 물을 잘랐다 잘린 물에 칼자국 없이 피 한방울 없이 아무도 없이 그냥 흘러.. 더보기 2월의 시 - 2월의 동백, 김 승희 시. 2월은 좀 무언가가 부족한 달 동백꽃은 한떨기 한떨기 허공으로 툭 떨어진다 떨어져서도 꿈틀대며 며칠을 살아 있는 꽃 모가지 낙태와 존엄사와 동반자살, 그런 무거운 낱말을 품고 선홍빛 꽃잎, 초록색 잎사귀 툭, 동백꽃은 모가지째로 떨어져 죽는다 부활이란 말을 몰라 단번에 죽음을 관통한다 더 이상 퇴로는 없었다 칼로 목을 자르자 하얀 피가 한길이나 솟구치고 캄캄해진 천지에 붉은 꽃비가 내렸다는 겨울 속의 봄날 산 채로 모가지가 떨어지고 모가지째로 허공을 긋다가 땅바닥에 툭 떨어져 피의 기운으로 땅과 꽃봉오리는 꿈틀대고 한떨기 한떨기가 피렌체 르네상스 같은 동백꽃, 너무 아름다워 무서웠던 파란 하늘 아래 꽃의 성모 마리아, 빛나는 한채의 두오모 성당의 머리를 들고 툭, 무겁게 떨어지는 동백꽃 여한 없이 살았다.. 더보기 섬진강, 물길 따라 피고 진 ‘꽃과 사랑’ - 김 용택 시.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 산 너머 그 너머 검은 산 너머 서늘한 저녁달만 떠오릅니다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듭니다 소쩍새만 서럽게 울어댑니다 - 김 용택 시 ‘구절초 꽃’ *나무, 창작과비평사, 2002 아내는 나를 시골 집에다 내려놓고 차를 가지고 돌아갔다. 갑자기, 가야 할 길과 걸어야 할 내 두 발이 흙 위에 가지런히 남는다. 어머니 혼자 사시는 우리집 마당에 발길 닿지 않는 땅이 이렇게 많이 있다니? 가만가만 돌아다니며 마당 가득 발자국을 꼭꼭.. 더보기 ‘그대’ 가까이,,‘존재의 부재‘’ - 이 성복 시 1 바람에 시달리는 갈대 등속은 저희끼리 정강이를 부딪칩니다 분질러진 다리로 서 있는 갈대들도 있엇습니다 그대 가까이 하루 종일 햇빛 놀고 정강이가 부러진 것들이 자꾸 일어서려 합니다 눈 녹은 진흙창 위로 꺾인 뿌리들이 꿈틀거립니다 그대 가까이 하루 종일 햇빛 놀고 2 자꾸만 발꿈치를 들어 보아도 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때로 기다림이 길어지면 원망하는 생각이 들어요 까마득한 하늘에 새털구름이 떠가고 무슨 노래를 불러 당신의 귓가에 닿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만나지 않았으니 헤어질 리 없고 헤어지지 않았어도 손 잡을 수 없으니 이렇게 기다림이 깊어지면 원망하는 생각이 늘어납니다 3 나무 줄기 거죽이 자꾸 갈라지고 읽을 수 없는 글자가 새겨집니다 저희는 알 수 없습니다 밥 먹고 옷 입는 일 외에는부러진 나뭇가.. 더보기 내 가슴의 노래 - 시, 더하여 내 ‘어리석음’. 사랑스런 프랑다스의 소년과 함께 벨지움의 들판에서 나는 藝術의 말을 타고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은 손을 들어 내가 그린 그림의 얼굴을 찢고 또 찢고 울고 있었고, 나는 당황한 現代의 이마를 바로잡으며 캔버스에 물빛 물감을 칠하고, 칠하고 나의 의학 상식으로서는 그림은 아름답기만 하면 되었다. 그림은 거칠어서도 안되고 또 주제넘게 말을 해서도 안되었다. 소년은 앞머리를 날리며 귀엽게, 귀엽게 나무피리를 깍고 그의 귀는 바람에 날리는 銀잎삭. 그는 내가 그리는 그림을 쳐다보며 하늘의 물감이 부족하다고, 화폭 아래에는 반드시 江이 흘러야 하고 또 꽃을 길러야 한다고 노래했다. 그는 나를 탓하지는 않았다. 現代의 고장난 수신기와 목마름. 그것이 어찌 내 罪일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내 罪라고 .. 더보기 ‘생활 속에 핀 꽃’ - 나 희덕 시. 17년 전 매미 수십억 마리가 이 숲에 묻혔다 그들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해다 17년의 어둠을 스무 날의 울음과 바꾸려고 매미들은 일제히 깨어나 나무를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무에서 나무로 옮겨 앉을 뿐 멀리 날 수도 없어 울음을 무거운 날개로 삼는 수밖에 없다 저 먹구름 같은 울음이 사랑의 노래라니 땅속에 묻히기 위해 기어오르는 목숨이라니 벌써 소나기처럼 후드득 떨어져내리는 매미도 있다 하늘에는 울음소리 자욱하고 땅에는 부서진 날개들이 수북이 쌓여간다 매미들이 돌아왔다 울음 가득한 방문자들 앞에서 인간의 음악은 멈추고 숲에서 백 년 넘게 이어져온 음악제가 문을 닫았다 현(絃)도 건반도 기다려주고 있다 매미들이 다시 침묵으로 돌아갈 때까지 - 나희덕 시 ‘매미에 대한 예의‘ [가능주의자], 문학동네, .. 더보기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1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