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썸네일형 리스트형 젓어서 흐느끼는 창문을 보다가..,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김 소월 시 ‘왕십리’모두 * 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빗줄기와 강풍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들,, 젓어서 흐느끼듯 흘러내리는 거실의 창을 바라보다가 문득, 느끼는 에어컨의 한기에 긴팔 옷을 꺼내 입는다. 여기저기에서 전해오는 비소식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문득 틀어 놓은 오디오에서는 박강수 가 여진의 ‘꿈속에서’를 부르고 있다. 여름휴가가 시적 되었다. .. 더보기 장마, 그리고 ‘폭염 속’에서,,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 신경림 시 '낙타'모두 * 때로, 인생은 사막이거나 높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유럽의 알피스트 가운데 '라인홀트 메스너' 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늘 혼자서 산에 오르는데, 낭가 파르바트 8000m 연봉들을 대원 하나없이 혼자서 넘어 왔다. 그런 그도.. 더보기 안 주철 시 / 불행에 대한 예의 경주 계림 앞에서 아내를 안고 있었을 때 나, 세상에서 잠깐 지워졌던 것 같다 아내는 계림을 등지고 나는 들판을 등지고 서로 안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때 우리가 등지고 있었던 것은 세상이었을지 모른다 만만하게 생각한 세상이 결코 만만하지 않아서 헉헉거릴 때 나는 아내를 사랑하면서 아내는 나를 사랑하면서 이 세상을 간신히 견뎌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와 아내가 안았던 것은 어쩌면 나도 아니고 아내도 아니었는지 모른다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아내는 혀를 내밀며 아줌마가 되지만 오래전 나는 내가 아니었을 때가 있었고 아내도 아내가 아니었을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억에 남을 시련도 없는 생을 살았다 끝까지 차례를 지켜가며 누구나 만나게 되는 불행을 겪으며 살았을 뿐이다 순서를 기다리며 불행을 겪어야 하는..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