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안녕 썸네일형 리스트형 11월의 시 / *행복한 사람은 시를 쓰지 않는다. 종일 놀다 돌아와 퍼렇게 언 손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뒤뜰 겨울나무 그늘이 그새 자라 좍좍 탄력 있는 껌 씹는 소리를 내요 몸 없는 정령들 버젓이 어깨죽지에 붙어 있고 북방의 자작나무가 귀를 파먹으며 물기 거두어 간 바람 소리를 퉁겨냅니다 시를 쓰려는 시간은 흙 속에 파묻힌 묵음들도 날카로운 비명으로 지납니다 시를 그만둬야 할까요 고수레 고수레 굿을 올려야 할까요 (어쩌면 고흐는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시를 썼는지 몰라요 시를 쓰느라 그렇게 귀가 가려웠던 것 동네북 같은 세상에 진저리가 난 거지요) 귀를 막을지 눈을 감을지 더 높은 소리를 질러야 할지 알 수 없는 쓰지 않고도 잠들 수 없는...... 발굴할 수 없는 슬픔들을 별수 없이 또 궁리합니다 회칠 벗겨진 하늘이 우툴두툴 비를 데려오는 소리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