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자 시인 썸네일형 리스트형 22년, 끝자락에 읽는 고 명자 시인의 시, 봄볕을 두드리다 /고명자 춘삼월 달력처럼 담벼락에 붙어 팬지나 선인장을 파는 남자가 있다 손바닥만한 화분을 이리저리 옮겨 놓으며 볕이 잘 드는 쪽으로 생을 옮겨보는 남자가 있다 흙 한 줌에 뿌리를 내리고 소꿉놀이 깊이 빠진 어설픈 중년 빳빳한 새 봄으로 거슬러 주기도 하면서 봄볕 만지작거리다 그냥 가도 뭐라 말하지 않는다 꽃 따위나 사랑을 하다가 햇살 등지고 앉아 깜박 졸던 사이였는지 모른다 유리창에는 매화를 뜯어 붙이고 모란 문양을 떠 가난을 땜질하면서 개다리소반에 김치찌개 한 냄비 소주 반 병 헐벗은 행복을 훌훌 떠먹다 난전의 꽃, 다행이다 그늘 한 뼘은 깔고 앉았다 등줄기 꼿꼿하던 꿈 몇 번의 내리막과 커브를 돌다 둥그러진 남자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는 듯 국방색 어깨를 담벼락에 척 걸쳐 놓고서..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