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 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하늘에서 땅끝까지 적시며 비는 내리고
소리내어 울진 않았으나
우리도 많은 날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으며
남 모르는 험한 길을 많이도 지나왔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되어 적실 듯 무거웠고
세상은 우리를 버려둔 채 낮밤없이 흘러갔다
살다보면 배지구름 걷히고 하늘 개는 날 있으리라
그런 날 늘 크게 믿으며 여기까지 왔다
새 한 마리 비를 뚫고 말없이 하늘 간다
-도종환시 '우기'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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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것은 움츠러듦이요, 오는 것은 늘어남이다.
호랑이 꼬리를 밟으며 나아가도
호랑이가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하다.
-예로부터 전해져오는 말 속에는 은근한 삶의 철학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속담에는 외부조건의 변화에 맞춰 나를 변화 시키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뜻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흔하게 쓰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는 말. 이는 변화에 적응하고 그 변화의 좁은 틈바구니 속에서 출구를 찾으라는 뜻이다. 이런 격언은 사실 '적극적인 삶'을 살라고 가르치고 있다.
-어두운 곳이 있으면 밝은 곳이 있고, 기쁨이 있으면 반드시 슬픔이 따라온다. 이것이 삶의 음지와 양지이다. 역경의 여괘(旅卦)와 이괘(履卦)는 그 심오한 의미로 인생에 경종을 울린다. 여괘는 여행길위에 있는 인간을, 이괘는 실천하는 과정속에 있는 인간을 각각 이야기 한다.
-사람은 평생을 길위에서 보낸다. 당신의 삶의 여행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이것은 지혜에 관련된 문제다. 역경은 어떤 상황 에서도 정도를 지키고, 여행준비에 만전을 기하며, 시간의 의미를 깨닫고, 교만에 빠지지 않게 주의 하라고 말하고 있다. 여괘는 상황을 어떻게 인식해야 할지를 이야기하고, 이괘는 어떻게 실천에 옮겨야 하는지를 이야기 한다.
-역경의 철학에 따르면, 실천하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그 과정 자체가 일종의 '형통(亨通)'이기 때문이다. 점진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 또한 변화의 과정이다. 실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마음을 안정 시키는 것이다. 예로 사업에서 일이 잘 안돌아가는 경우, 이를 악물고 아무런 동요됨 없이 직원들 앞에서 모든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 상황이 나쁘다는 사실은 경영자만이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난관을 헤쳐나갈 대책을 세워야 함이다. 역경에서는 이를 "이는 실천의 도리이니, 군자가 이로써 위아래를 구별하여 민심을 안정 시킨다."라고 했다.
-역경에서는 "본래 마음먹은 대로 나아가면 허물이 없다. 본래 마음먹은 대로 나아감이란, 바라는 바를 홀로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성공하던 실패하던 평소에 품고 있던 신념을 굳게 지키며 나아갈 때에 과실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신념을 지키며 홀로 끗끗이 나아가는 것은 곧 세속의 논리에 영합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해야 삶에, 인생에 회한(懷恨)이 남지 않으리라.
-중국의 옛 기예 중에 '변검(變瞼)'이란 것이 있다. 붉은 가면을 쓴 배우가 고개를 한번 돌리면 금세 검은 가면으로 바뀌고, 다시 한번 고개를 돌리면 또 금새 파란가면이 얼굴을 덮는다. 이렇게 수차례 얼굴이 바뀌면서 반복되면 무대 아래 관중은 우뢰와 같은 박수로 화답한다. 이 변화가 눈꺼풀을 한번 오르 내릴때 이뤄 지는데 그렇다고 변검의 기예를 펼치다가 얼굴이 갑자기 엉덩이로 변한다면 어떻게 될까? 비난이 쏳아 지리라. 천만 번 변하더라도 그 근본을 벗어나서는 안되는 것이다. 근본이란 위에서 말한 "군자는 위아래를 구별하여 민심을 안정시킨다."라는 뜻과 동일하다.
-변화는 새롭다. 인생은 고정불변의 항해 길을 쫒을 수 만은 없다. 역경에서 말하는 음지와 양지는 전진과 후퇴를 말하기 보다 끊임없는 변화를 말함이다. 스스로 실천 함으로써 변화 한다면 그 과정이 이미 '형통'이라는 것이다. 쉬운듯 하지만 어렵고, 모호한듯 하지만 명쾌한 진리다.
결론적으로,
-첫째; 낙관적으로 상상하라. 희망을 상상하는 그 순간 마음이 변화한다.
-둘째; 비관하지 마라. 절망을 상상하는 그 순간에도 시간은 흐른다.
-셋째; 망설이지 마라. 그 대신, 마음의 깊은곳을 들여다 보라. 이미 결론을 갖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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