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 봅니다
종암동 버스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 채 짓는 대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도 흙바람이 몰려오나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나희덕 시 '못 위의 잠'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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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소매물도'를 들려서 부산의 '자갈치시장'을 들르고 싶다는 '젊은 은행원'과 함께,, 부산의 '하하물꼬기'님과 따스하고 정겨운 '저녁식사'를 했다. 후에 차도 한잔 마시고,, 발의 느낌은 좋았는데,,, 다소 절뚝거린 왼발을 눈치 채신 듯,, 여러가지 일에 겹쳐 내려간 부산길에 다소 피곤이 몰려왔으나,, 이곳의 '친구'를 외면하고 그냥가면 '서로'에게 섭섭 하고, 또한 모두들 바쁜 직장인들 인지라 다소, 미안한 마음으로 저녁시간을 함께 했다. 자갈치시장 근처는 사방이 모두 너무 혼잡했다. 주차장도 많았으나 10분에 1500원, 어처구니 없게도 근처의 모텔에도 주차장이 대부분 없었으면 한군데 있는곳도 기계주차라, 일반 승용차가 아니면 진입이 안되었으니,, '젊은 은행원'의 차로 부산에 함께 온 나로서는 난감한 상황 이였는데,, 7시가 가까운 시각이였는데 상가수리중인 곳의 앞에 주차를 해 놓았는데,, 저녁을 먹는동안,, 결국엔 차가 견인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친구는 오늘은 이곳에서 함께 유 하고 내일은 홀로, '주왕산'으로 일찍 내려가려 했는데,,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헤어지게 되었다.
-부산의 '범어사'는 나와는 오랜 인연이다. 처음 K사에 입사하여 처음으로 출장을 나오게 되었을 때에 처음으로 들렀던,, 나와는 년수를 더하여 묶혀가는 깊은 장과 같은 맛과 정이 들었다고나 할까?!,, 부산에 올때마다 시간이 나면 항상 들르는,, 내게는 묘현 인연으로 다가온 절이기도 하다. 산세도 좋아서 부산지하철 '범어사입구역'에서 내려서 90번 버스정류장 길로 올라가다보면 이제는 단골이 되어버린 '범어장'도 깨끗이 새로 단장을 했고,, 범어사까지가는 90번 버스 정류장 앞에는 인심 후하고 맛있는 '손두부집'도 있으니,, 부산에 들리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이곳에서 90번 버스(1000원)를 타면 범어사 입구까지 데려다 주는데,, 시간이 넉넉하면 사이길로 천천히 산길을 올라 2.5KM를 걸어가며 청명하며 상쾌한 금정산의 기를 느껴봄도 좋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이날이 바로 '대입수능고사'가 있는 날이였으니,, 대웅전을 비롯해 작은 암자에까지 자식의 '좋은성적'을 기원하며 두손을 모으고 끊임없이 일배에 일배를 더 하는 '부모'들의 모습에 나도 코가 시큰 했으니,, 두손을 모아 합장했다.
-이날은 밀려드는 차량으로 몸살을 앓았는데,, 이날은 주차문제로 특별히 학승들이 공부하는 내실의 공간과 주차공간이 될법한 곳은 모두 공개를 하였는데,, 11시를 넘어서자 더이상 주차할 공간이 없는데도 차들은 계속 밀려들고,, 아마도 나중에 차가 빠져나가는데도 애로사항이 많았을 듯 싶다. 하지만, 덕분에 처음으로 학승들이 정진하는 내실의 곳곳의 풍경을 볼수 있었는데,, 이곳에도 많은 부모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기도를 하고 있었으니,,,,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어렵다. 이제 제법 집중을 하게되어 11시를 넘기는 작은 딸이나 지난번 시험이후 슬럼프에 빠져서 의기소침한 큰딸,, 사람이 살아가는데 전부는 아니지만,, 일생의 방향의 절반 이상을 좌우하는 것이 또한 성적 인지라,, 기원하는 마음으로 나또한 세상의 부모의 마음으로 두손을 모으고 몸을 굽혀 일배에 일배를 더 한다. 어제는 큰딸이 평소보다 더늦게 새벽 2시가 다되어 학원에서 돌아왔다. 늦었구나, 하며 필요한 것이 없냐는 질문에 "아빠, 요즘 왜 이리 자주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라는 아이의 대답에 가슴이 '철렁'한다. 뒤척이며 간신히 잠을 청했지만,, 아침식사를 하며 어제밤에는 학원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왔다는 큰아이의 말에,, "결국에는 슬럼프를 딛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결론적으로 이제 중요한 2학년 부터 더욱,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그 성적에 맞춰 학교를 가면 된다"라고 위안을 했지만,, 공부가 스스로에게 '짐'이 되지는 않기를 기원한다. '오늘의 노력이 내일의 결실'로 계속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실을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나이 이기에,, 결국에는 '홀로' 걸어야 하는 인생의 길이 몇개 있다. 그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잘 이겨내기를..
-사람들의 '수만가지' 소원에도 아랑곳 없이 하늘은,,, 맑고, 높고, 잔잔하며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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