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푸짐하게 첫눈 내린 날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고요히 기도만 하고 있을수 없어 추기경 몰래 명동성당을 빠져나와
서울역 시계탑 아래에 눈사람 하나 세워놓고
노숙자들과 한바탕 눈싸움을 하다가 무료급식소에 들러 밥과 국을 퍼주다가
늙은 환경미화원과 같이 눈길을 쓸다가
부지런히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껌파는 할머니의 껌통을 들고 서 있다가
전동차가 들어오는 순간 선로로 뛰어내린 한 젊은 여자를 껴안아주고 있다가
인사동 길바닥에 앉아 있는 아기부처님 곁에 앉아
돌아가신 엄마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
엄마의 시신을 몇개월이나 안방에 둔 중학생 소년의 두려운 눈물을 딱아주다가
경기도 어느 모텔의 좌변기에 버려진 한 갓난아기를 건져내고 엉엉 울다가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부지런히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와 소주를 들이키고
눈 위에 라면박스를 깔고 웅크린 노숙자들의 잠을 일일이 쓰다듬은 뒤
서울역 청동빛 돔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
비들기처럼
-정호승시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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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신문을 펼치니 베를린 필하모니 연주회장에 김수환추기경과 국무총리가 VIP대기실에서 마주
쳐 어색했던 장면을 스케치한 내용이 신문에 나왔다. 씁쓸한 것은 VIP라 칭해지고 대접받는 사람들이
작금의 행동이 전혀 아니올시다 라는 것이다. 지나온 삶은 잊혀 지는것이 아니라 되쇄김을 위해 필요한
것인데 모두가 잊기만 원하고 자기가 최선이라 얘기한다 과거는 말하지 말라하며..,
비가 오고난뒤 가로수의 나무잎이 많이 떨어졌다. 출근길 여명이 채밝아오기전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으며 이젠 겨울이 가깝게 옴을 느낀다. 청소부들은 낙엽을 쓸어모아 자루에 담기에 손이 쉴세없고
이제 곧 눈이 내리리라,
외로울때,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할때, 의논 상대가 있음은 축복. 아버지가 계신곳은 너무멀고 가까운
남산을 오른다. 후에 내차례가 되어 나홀로 나의 수미산을 오를때 내 무거운 몸보다 더무거운 나의
마음을 가지고 그산을 다오를수 있을까? 내앞에 잔이 놓여질때 그잔을 나는 망설임 없이 마실수 있을까?
수미산 정상에 올라 나의 회한과 눈물을 모두 쏳아놓고 돌아서서 내 딸들을 안을수 있을까?
방송에서 2도의 날씨도 매우 추운듯이 수없이 반복해 방송을 해댄다. 이러한 '반복'이 우리를 더욱
움추리게 하는듯.. 우리에겐 허상으로 떠다니는 VIP보다 부지런히 서민과 같이하는 하나의 따스한
손이 필요하다. VIP가 아닌 나는 시디풀레이를 통해 지금은 잊혀져 가는 카라얀의 차이콥스키 연주를
듣는다. 감사함으로 가득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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